싱가포르에서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가장 가까운 인도네시아, 빈탄과 바탐
인도네시아 빈탄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하고 가성비 좋은 휴양지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초창기 베트남의 다낭이 떠올랐다. 다양한 분위기와 가격대의 고급 리조트에 볼거리, 할 거리가 많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 허니문, 골프, 휴양, 롱스테이 여행자 모두에게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고급 리조트들과 골프장, 워터파크 등 위락시설이 몰려있는 빈탄 리조트(BINTAN RESORT) 지역은 주 고객이 싱가포르인들이라 성수기에도 그리 북적거리지 않는다. ‘골프 밖에 할 거리가 없다’는 편견과는 달리 의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빈탄의 날씨는 연중 온화하고 우기도 짧은 편이라 시즌 개념이 거의 없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취항한 저가항공이 아직 없어 항공요금이 다른 동남아 지역에 비해 비싼 편이니 싱가포르 행 항공료 특가가 나오기를 호시탐탐 노렸다가 훌쩍 떠나보자. 알찬 일정 덕에 단 2-3박 만으로도 급속 재충전이 가능하다. 지난 5월부터 부산에서도 싱가포르 직항이 떠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10월 29일부터는 항공기 재가 에어버스(A330-300)로 바뀌어 더욱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인천-싱가포르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싱가포르 항공이 매일 1회 운항하고, 부산에서 싱가포르 구간은 싱가포르 항공이 주 4회 오간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약 10분 떨어진 타나 메라 항구 (Tanah Merah Harbour)에서 페리를 타고 45분 정도 페리로 이동하면 인도네시아 빈탄에 닿는다. 고작 한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다니 신기하다. 공항에서 항구까지 멀지 않으니 택시를 타거나 창이 공항에서 30분마다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셔틀 비용은 1인당 3싱 달러(2,700원)다. 페리 터미널에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빈탄 리조트 페리(Bintan Resort Ferry)’ 카운터에서 표를 사고 짐을 붙이면 된다. 수속을 마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CIP 라운지에서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즐겨도 좋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두 나라 모두 비자가 필요 없고, 수속 방법도 간단해 너무나 편리하게 ‘두 나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플라이&페리(fly&ferry) 서비스를 이용하면 싱가포르에서 짐을 찾지 않고 바로 빈탄으로 짐을 보낼 수 있다. 골프백과 무거운 짐이 있는 승객들에겐 최고의 서비스다. 리아 빈탄은 항구에 전담 카운터가 마련되어 있어 골프백을 리조트까지 운반해 준다.
13개의 고급 리조트, 4개의 골프장, 다양한 위락시설이 몰려있는 ‘빈탄 리조트’ 관광단지로 향한다. 사유지라 경비가 삼엄하다. 투숙객과 직원, 허가를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일 년 내내 쾌적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그동안 빈탄에서는 ‘골프 밖에 할 것이 없다’는 편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 ‘골프는 물론’으로 수식어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리조트에서 늘어져있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찍어 댄 사진 만도 500장이 넘고, 인스타그램에도 아마 가장 많은 포스팅을 한 것 같다.
빈탄에는 네 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렉 노만이 설계한 라구나 빈탄 골프 클럽(Laguna Bintan Golf Club/18홀), 게리 플레이어가 설계한 리아 빈탄 골프 클럽(Ria Bintan Golf Club/27홀), 그리고 이안 베이커와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빈탄 라군 골프 클럽(Bintan Lagoon Golf Club /36홀) 두 곳이 이어져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골프장은 리아 빈탄(Ria Bintan)으로 골프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장 중 하나이며, 아시아 최고의 골프장, 인도네시아 최고의 골프장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객실과 무제한 골프, 스파를 묶은 패키지가 있다. 시그니처 홀인 9번 홀에서 “엄마 나 좀 찍어줘”하며 큰 아이가 뛰기 시작한다. 요즘 유튜브를 열심히 하고 있는 터라 이 멋진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야겠다는 동물적 감각이 발동한 모양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리조트에서도 가깝고 땀은 좀 나지만 어린아이 걸음으로도 한 시간 정도면 주욱 둘러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다. 전담 가이드가 있어 동물에 대한 설명도 듣고 안전도 책임진다. 발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라부안 바조(Labuan Bajo)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인 코모도 왕도마뱀을 한 마리 볼 수 있었다. 호랑이를 우리 안에 들어가서 볼 수도 있어 호랑이 부부와 셀카도 찍으며 오싹하지만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두꺼운 유리벽이 있으니 안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추가 비용을 내면 코끼리도 타볼 수 있다(1인당 125.000루피아, 약 1만 원). 세계에서 가장 큰 꽃 라플레시아는 냄새 때문인지(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실물은 없고 모형만 있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소가 사파리에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탁 트인 전망과 다양한 동식물, 휴식공간도 널찍해 쉬며 놀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깜놀’한 이유는 바로 여기, 이름이 좀 어렵다. 구룬 파시르(Gurun Pasir)와 텔라가 비루(Telaga Biru), 줄여서 ‘파시르 비루’라 부르는 곳이다. 원래는 광산이었는데 폐광 후 인공 사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모레 사막이란 뜻의 ‘구룬 파시르’는 아라비아에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파시르를 둘러싼 푸른 오아시스라는 뜻의 ‘텔레가 비루’가 어우러져 파스텔 톤 색감이 카메라에 가득 담긴다. 들어오는 입구에는 과일과 음료를 파는 상점이 있다. 빈탄에서만 나는 성게알 모양의 두리안을 꼭 맛보자. 흔히 보는 누렇고 거대한 두리안의 1/3 크기로 과육은 적지만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강하다. 입장료는 1인당 1만 루피아지만, 차량이 없다면, ‘딴중 우반 투어’ (3시간 소요, 성인 1인당 4만 5천 루피아, 약 4만 원) 이용해도 좋다. 가이드, 왕복 교통, 물이 포함되어 있다.
빈탄은 바탐과 달리 거대한 쇼핑몰이 없는 한적한 휴양지라 리조트 인근의 몰은 플라자 라고이 뿐이다. 더 큰 쇼핑몰은 리아우 제도의 주도인 딴중 삐낭(Tanjung Pinang)까지 가야 하는데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라고이 플라자에는 편의점, 식당, 마사지 샵, 수공예품, 전통옷을 살 수 있는 상점 등이 있고, 밤에는 광장 중앙에서 공연도 펼쳐진다. 이 곳의 백미는, 착시현상을 이용해 재미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3D 하우스, 루마 이마지(Rumah Imaji)다. 들어선 순간에는 시시하다 생각했는데 카메라에 담아보니 아주 그럴듯해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성인 입장료는 10만 루피아(IDR 100,000=8천5백 원), 아동은 5만 루피아 (IDR 50,000=4천 원 정도)이며, 운영시간은 연중무휴로 오전 10시-9시까지다. 플라자 라고이 2층에 위치해 있다.
가족 리조트인 반얀트리, 앙사나, 까시아 리조트가 한 단지에 모여있다. 세 리조트 각각 차별화된 분위기와 포함사항 덕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중앙에 라구나(Laguna) 골프장이 있어, 객실을 전세 내 개인 소유 별장처럼 즐기는 베케이션 클럽(vacation club)에 가입해 골프 겸 휴양을 즐기는 고객이 꽤 많다.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반얀트리는 허니문과 커플, 중장년층이, 앙사나는 가족여행, 골퍼, 단체가, 까시아는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찾는 리조트다. 객실 인테리어도 이 곳을 주로 찾는 손님들과 닮아있다. 특히 까시아가 눈에 띄었는데 인테리어에 화사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써 밝고 명랑하고 경쾌하다. 주말에는 종일 건전한(?) 풀파티가 열린다. 거품이 가득 담긴 수영장에서 아이처럼 신나게 놀 수 있다. 아늑한 주황빛의 앙사나는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가족 휴양 리조트의 대명사다. 객실 두 개에 넓은 거실, 자꾸지가 달린 객실은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이나, 두 가족이 함께 묵기 좋다.
허니문이나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원한다면, 단연 홀리데이 빌라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풀빌라에 객실과 거실도 별채라 허니문, 밀월여행에 그만이다. 객실과 거실 중간에는 간단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둘 만의 파티를 즐겨도 좋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신나게 밤낮으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빈탄에 가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대라면 주저 없이 ‘트레저 베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영장을 둘러싸고 해양스포츠, ATV, 미니기차, 세그웨이 등 10여 가지의 액티비티를 이용할 수 있어 아이 동반 가족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트레저 베이를 둘러싸고 메리어트 호텔 체인이 관리하는 나트라(Natra) 리조트와 럭셔리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안몬(Anmon) 리조트가 있다. 투숙객들은 입장료와 시설 사용료가 무료라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이라면 하루나 이틀 정도 투숙하며, 낮에는 물놀이를, 밤에는 방 앞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아이가 있다면 안몬을, 커플이라면 사파리 느낌의 나트라를 추천한다. 여행가방 모양의 냉장고와 앤티크 소재의 아웃도어 샤워시설에서는 아프리카 사파리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반딧불을 손으로 직접 잡아볼 수도 있는 맹그로브 투어도 가능하다. 동물원도 곧 완공될 예정이다.
투숙객이 아니라도 트레저 베이를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은 120만 루피아, 아동은 90만 루피아다. 추가 액티비티는 원하는 만큼 보증금을 걸고 사용 후 차액을 환급받는다. 예를 들어 워터슬라이드는 1인당 100만 루피아로 폐장시간(오후 5시 30분)까지 무제한 사용 가능하다 (www.treasurebaybintan.com).
더 많은 정보는 빈탄 리조트 협회의 홈페이지(www.bintan-resorts.com)를 참고한다. 3개의 고급 리조트, 4개의 골프장, 다양한 위락시설이 몰려있는 관광단지인 빈탄 리조트의 홍보와 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가까운 인도네시아는 바탐과 빈탄이다. 페리로 각각 30분, 45분 정도 걸린다. 바탐의 경우, 싱가포르 물가의 반 값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하루나 이틀 관광을 즐기고 바탐에 넘어가 무제한 마사지, 풍성한 해산물 요리를 즐겨보면 어떨까? 가성비는 물론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나라를 1시간 안에 이동하는 ‘시간여행’을 즐겨보는 재미도 좋다. 빈탄은 바탐보다 물가가 좀 더 비싼 편이지만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휴양지로 고층건물에 북적이는 싱가포르와 궁합이 잘 맞는다. 바탐은 쇼핑과 마사지, 빈탄은 휴양, 낚시, 물놀이로, 골프장은 두 곳 모두 잘 갖춰져 있어 목적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다.
환율 계산: 인도네시아 화폐의 단위가 크니 자칫 혼동할 수 있다. 1만(10,000) 루피아는 840원 꼴이다. 1 싱가포르 달러는 약 870원이다.
골프: 이에스 투어 (02-775-8383), 가족/자유여행: 귀빈 여행사 (02-723-3100)
글: 박재아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 지사장 (Daisy Park, VITO Korea) (*함께 했어요! 박예은, 박예찬)
사진: 박재아, 빈탄 리조트 협회 (Bintan Resorts Corpo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