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할 섬 이야기 #1] 니우에 100% 바다지키기 프로젝트
니우에(Niue)라는 섬나라가 있다.
뉴질랜드의 북동쪽, 통가의 동쪽, 사모아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니우에는 유엔(UN)의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엔으로 부터 국제법상의 목적상 독립에 상응하는 자유 연합 국가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니우에는 1974년 뉴질랜드와 자유연합관계를 맺고 자치정부를 수립하였으며, 군사와 외교는 뉴질랜드에 위임되어 있지만, 내정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20명의 의원들이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되고, 총리도 뽑고, 장관이 3명이나 있다.
비록 독립국의 지위는 가졌지만 독립 국가를 꾸릴 여건이 안되고, 뉴질랜드와는 교류가 잦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뉴질랜드에 상당 부분 귀속되어있다. 국민들은 뉴질랜드 국적을 갖는다. 쿡제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은 2015년에, 중국은 이미 2007년에 니우에와 수교를 했다.
우리나라와는 작년 11월 화상으로 개최된 ‘제4차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달톤 타겔라기 니우에 총리 겸 외교장관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정식으로 수교를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제 양국이 만나서 서명만 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팬데믹의 여파와 시급한 국내외 여건으로 아직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존재감이 그리 큰 나라는 않지만, 니우에는 결코 만만히 볼 나라가 아니다.
올해 5월 니우에의 해양영토, 31만 7,5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100% 보호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 면적은 베트남 국토 면적과 맞먹는 엄청난 크기다.
그러나 니우에의 육지 면적은 고작 261.5킬로 제곱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강화도 혹은 경기도 고양시 정도의 크기다. 고양시의 인구가 100만 명인 것에 비해, 니우에에는 고작 1600명 정도가 산다. 그나마도 이 중 상당 수가 뉴질랜드에 사업, 학업차 나가 있다.
솔직히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작고 소중하다.
그러나 니우에가 품은 해양의 가치와 보존에 대한 의지는 거대하고 우렁차다.
니우에를 이루는 섬은 단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 환초 중 하나다.
니우에에는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랏빛 종유석 바위 동굴이 있다.
혹등고래(Humpback)의 성지로 알려진 통가에서 보다 더 가까이, 더 쉽게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이 니우에다. 회색 암초 상어(grey reef sharks)가 가장 많이 몰려있고, 회오리 돌고래(spinner dolphins)는 해안가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해양 환경이 보전된 곳이다.
이렇게 청정한 해양환경을 간직한 만큼 불법 조업이 성행한다.
위성으로 태평양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니터링하는 비영리 단체 *글로벌피싱워치(Global Fishing Watch)의 도움으로 불법 조업을 활동을 감시한다. 니우에에는 해군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의존하여 해역을 정찰한다. 니우에와 이웃한 통가, 사모아, 쿡 제도에서 공동으로 매년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뉴질랜드 공군은 불법 조업 흔적을 찾기 위해 일 년에 두 번씩 보호 구역 상공을 비행한다.
*글로벌피싱워치는 국제적인 해양 보호 단체 오세아나(Oceana), 위성 기술을 이용해 환경을 보호하는 스카이트루스(SkyTruth),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구글(Google)이 2015년 협력해 만든 국제 비영리 단체
기후변화 위기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태평양 공통 과제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해 산호가 백화 되어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반복되는 극한의 날씨로 환경과 기반 시설이 파괴되는 등 기후 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니우에는 2020년에 이미 바다의 40%를 보호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다. 그해 4월에 발효된 새로운 정책으로 니우에 누꾸뚤루에아(Niue Nukutuluea) 라 불리는 다목적 해양 공원이 조성되었다. 낚시가 금지되고 연구만 허용되는 지역으로 120마일 떨어진 무인 환초인 베버리지 리프(Beverridge Reef)를 포함한다. 전통방식의 카누 낚시 및 스쿠버 다이빙을 위한 구역과, 상업적인 목적으로 어업이 가능한 일반 바다 수역, 선박은 통과할 수 있지만 정박할 수는 없는 보호 구역 등으로 나뉜다.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30% 면적에 해당하는 바다를 보호하겠다는 결의를 했지만, 그 결의가 실행 중인 해양 보호 구역은 전 세계 바다의 6%에 불과하다. 이중 약 2%는 이미 해양보호구역 어업 금지구역(No Take Zone)이라 국제적 합의가 무색한 상황이다. 국제 자연보전 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는 보호구역을 모니터링하고 보호하는 데 필요한 자원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니우에를 비롯 태평양에 위치한 도서국들은 대부분 최빈국 수준의 저소득 국가로, 거의 모든 나라가 바다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바다를 100% 보호하겠다는 결심은 당연히 무리스러운 결정이다. 2020년 팔라우는 EEZ의 80%를 보호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관광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자 경제를 활성화하기 보호 구역의 50%를 상업 어업으로 다시 개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니우에는 젊은 리더들을 양성해 바다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니우에의 유일한 스쿠버 다이빙 학교인 니우에 블루(Niue Blue)의 공동 설립자인 에반 바클레이(Evan Barclay)는 "대부분의 니우에인들은 암초 밖에서 수영한 적이 없다.”며, 이는 암초 밖으로 나갈 배가 없었기 때문이며, 늘 바다를 조심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라고 전한다. 디즈니 영화 <모아나>에서 환초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의 겁에 질린 표정이 떠오른다.
팬데믹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바클레이는 팀을 이뤄 학생들을 스쿠버 다이빙에, 어린아이들을 보트 투어를 통해 바다의 신비와 가치를 일깨우는 활동을 했다. 이 젊고 숙련된 다이버들이 태평양의 바다를 지키고, 건강하게 보존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팬데믹 기간,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해에 대처하는 태평양 도서국들의 행보를 보면 숙연해진다.
팬데믹이 좀 풀리자 태평양 도서국들은 미, 중, 일 강대국들의 러브콜을 연신 받는 중이다. 특히 중국이 안보 협정을 맺기 위해 천문학적인 경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중히 거절했고, 이들은 점차 단단한 작은 공처럼 연합하기 시작했다. 미크로네시아는 태평양 도서국 포럼(Pacific Islands Forum Secretariat (PIFs)에서 탈퇴하겠다는 성명도 철회했다.
외부의 위기가 내부의 결속을 다진 것 같다.
팬데믹 기간 중 국경을 걸어 잠그고 지내며 그들의 유전자에 담긴 ‘항해하는 민족’으로서 회복 탄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개인이 단단해지지 않으면, 강력하고 충실한 전도 물질이 되지 못하면 연결은 이내 끊어지고, 민폐를 끼치게 된다.
지금도 부족 단위 생활을 하는 태평양 도서국의 사람들은 함께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다.
태평양이라는 지구의 30% 면적을 차지하는 대양을 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별자리를 읽는 능력만으로 건넜을 만큼 강력해 감히 필적할 대상이 없다.
우리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적다.
영화 속의 히어로가 등장하지 않는 한 기후 변화가 가속되는 걸 막아낼 수 없다.
매년 섬 위의 모든 것을 쓸어낼 만큼 불어 드는 강력한 태풍을 멈출 수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국제사회를 향해 맹 비난을 쏟아내지 않았다.
그저 함께 힘을 모아주길 호소할 뿐이다.
이들의 삶에서 메시지를 읽게 된다.
그들을 위한 염려와 형식적인 행동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일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자기 안에 내재된 힘을 꺼내는 일,
그리하여 변화무쌍한 세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해지는 일,
그리하여 남에게 관대하고 너그러워지며
그리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방법을 찾고 용기 있게 그 방법을 선택하는 일
이렇게 다 같이 한 발짝 씩 움직여 각자가 가진 선한 영향력이 연결되면
세상이 조금 더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글: 박재아 태평양 관광기구(SPTO) 한국 지사장
관련 기사는 영국 미디어《가디언》5월 30일 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