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45개국 세계여행가 데이지 여행 일기장 : 여행 후의 생각을 모아
21살 45개국 세계여행가 데이지 여행 일기장 : 여행 후의 생각을 모아
일러두기 : 21살 신예진(데이지)은 스스로 돈 벌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었습니다. 본 글은 그가 세계일주 후 고향인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의 작은 마을에 지내며 만난 인연과 나눈 대화를 각색한 글입니다.
▶ 1편 보러 가기 : 세계일주에서 가장 맛있던 음식은 뭐에요?
저는 행복하면 울음이 나오는 편이에요. 제가 울었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1. 이제껏 보지 못한 지구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관을 봤을 때.
지구의 압도적 풍경을 보면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곤 했어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꼭 눈물이 나왔어요. '나는 이 지구의 점 같은 존재구나'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자연은 언제나 겸손함을 주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해요.
2. 새로운 사람과 삶을 공유할 때
이전에 말한 것처럼, 사람이라는 한 권의 책을 알아가면서 제 세계를 넓히는 순간을 좋아해요. 여행 중에는 국적도, 배경도, 인종도, 문화도 다른 새로운 사람과 만남이 가득했죠. 그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갈 때 행복했어요. 시시콜콜한 대화도 물론 좋았지만,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엔 행복으로 가득했죠. 저는 서로 내면을 함께 섞어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 걸 깨달았어요.
3. 어릴 적 꿈을 이루었을 때
어릴 적에 작성한 세계일주 100가지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순간엔 주체 없이 눈물이 나왔어요. 예를 들어 <이집트 피라미드 보기> 꿈을 이룰 때, 피라미드 자체도 좋았지만 어릴 적 꿈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행복이 배가 되었어요.
4. 한계에 도전하는 일을 성공해 냈을 때
저는 도전을 좋아해요. 제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에 큰 행복을 느끼죠. 이런 성향에 여행에서도 한계를 넘는 순간에는 행복을 느끼곤 했어요. 킬리만자로, 히말라야를 비롯해 6,000m가 넘는 볼리비아 와이나포토시를 오르는 순간들 말이에요.
여행하면서 이유를 돌이켰어요. 나는 왜 이런 순간들에 행복을 느낄까? 그 결과, 질문의 답은 '성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성장을 추구하며 살아오는데, 제가 성장한다고 느낀 순간 대부분은 새로운 세계관을 만났을 때, 사고의 틀을 벗어나 색다른 시각을 얻게 될 때, 한계에 도전할 때, 꿈을 이룰 때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제가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도,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는 새로운 세계를 좋아해서겠죠. 기존의 제 세계관에서 나아가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그 성장 모멘트. 그게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요.
질문을 받자마자 떠오르는 사람은 3명 정도 있어요.
한 분은 인도에서 만난 티베트 수도승이었어요. 인도에도 히말라야에 올랐을 때 만났죠. 그분은 어릴 적 중국 억압을 피해 인도로 넘어왔었어요. 군인으로 지내다 지금은 달라이라마 밑에서 일하고 있죠. 그분 말이 인상 깊었어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내 나라가 없었어."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쭉 자라오면서 자국이 없는 삶을 상상해보지도 못했어요. 그런 삶의 사람과 처음 이야기 나누면서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동시에 달라이라마 밑에서 일하다 보니 그분 마인드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나라를 잃은 삶에서도 자비와 사랑을 나눠주려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죠.
두 번째 분은 우크라이나 난민이었어요. 카우치서핑을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어요. 누추하다면 누추한 곳에서 제가 물었어요. "이런 곳에서 살아도 괜찮아요?" 그때 답변이 여전히 강렬해요. "그,래도 여기는 대포 소리가 안 나니까요." 저는 애당초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대포 소리가 없는 게 좋다는 개념 자체를 떠올리지 못했죠. 참혹한 난민의 삶을 한 번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성했어요.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분은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분이에요. 그분은 팔레스타인 사람이지만, 스웨덴 여권으로 스웨덴에서 택시기사로 살고 있었어요.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겪은 참상과 지금까지 받아오는 차별을 들려줬어요. 당시, 이스라엘 군인이 저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어서 갈등의 골을 더 깊이 체감했죠.
저는 행복을 정의한 적이 한 번도 없고, 할 마음도 없어요. 그렇지만, 행복과 관련한 생각나는 이야기를 붙이고 싶어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던 일이죠.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숙소 다이닝 룸에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직원이 다가왔어요. 발리 마사지샵, 전통 체험 투어 등 검색기록만 보다가 직원한테 계획을 추천해 달라 물었어요. 직원이 답했죠. "커피 한 잔을 소중한 사람이랑 마시면서 일몰을 보는 거야" 저는 답을 듣자마자 머리를 맞는 느낌이었어요. 인터넷 검색 결과처럼 명품 마사지샵, 전통 투어, 맛집 탐방 이런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가만히 노을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여행이란 걸 깨달았죠. 그게 결국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유잖아요. 행복도 같은 맥락이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는 차 한 잔이 행복인 것 같아요.
세계일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스스로 약속했어요.
"죽을 때까지 버리지 말자. 1.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신뢰 , 2.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사랑
이것들은 나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내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호기심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여행을 통해 내 목소리를 듣는 자세를 배웠어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용기, 앞을 알 수 없는 순간을 즐기는 자세를 잃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고향에서의 안락함이 행복하고 소중해요. 앞으로 다시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전, 가족들과 또 언제 보낼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고향을 바라보는 점, 다음 계획을 세워가며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이 순간들이 즐거워요.
제 자산은 저 자신이니 저에게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저 여행으로만 즐기고 증발하는 경우도 있으니, 모든 여행이 다 자산이 된다고 절대 말할 수는 없죠. 결국 여행을 다녀오고 그걸 어떻게 소화하고 이해했는지가 중요해요. 같은 여행을 해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다른 배움을 만드니까요. 내가 1년간 세계일주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배움을 앞으로 삶에 적용할 건지를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싶어요. 이번 년에는 여행에서 배운 가치들을 책으로 내고 싶어요.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제가 정의한 어른은, 재정적으로 독립한 사람이었어요. 여기서 재정적 독립은 "원하는 곳에 살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고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삶"을 의미했죠. 앞으로도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과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삶, 자유로워지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먼저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이 되어야겠죠.
누군가 제게 그러더군요, "나이가 들수록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지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니, 너는 너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요."라고요. 어떻게 늙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짐했죠. 이야기가 많아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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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신예진(데이지)은 스스로 돈 벌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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