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사용자 만족도를 곁들인
넷플릭스에서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인 '흑백 요리사'를 보면서, UX/UI 디자이너로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은 오직 '맛'으로 요리의 승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모든 요리에는 정성이 깃든 플레이팅이 돋보입니다.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플레이팅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할 뿐, 직접적으로 맛을 변화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셰프들은 매번 시간과 노력을 들여 플레이팅에 집중할까요?
플레이팅은 일종의 시각적 꾸밈으로 그 자체가 맛과 상관은 없지만, 셰프들은 여기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왜냐하면 좋은 음식의 본질은 단순히 맛만으로 정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느끼는 만족도는 음식의 맛에 더해 접근성, 인테리어, 청결도,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형성됩니다. 이처럼 플레이팅을 비롯한 요리의 전반적인 요소들은 고객의 경험과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UX/UI 디자인도 마찬가지라고 느꼈습니다. UX는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하지만 편의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사용하기 편리한 것과 그 사용 과정에서 깊은 만족을 느끼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심리학에는 헤일로 효과(Halo Effec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대상의 한 가지 긍정적인 특성이 그 대상의 다른 특성들까지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인지 편향을 의미합니다. 흔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이 이 개념을 잘 설명합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음식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그 결과 음식의 맛조차도 더 좋게 느껴지게 만듭니다.
디자인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미적이고 화려한 비주얼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며, 그로 인해 실제 사용성에 불편함이 있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곤 합니다. 린드가드와(Gitte Lindgaard)와 듀덱(Cathy Dudek)의 사용자 만족도, 미학 및 사용성: 환원주의를 넘어서(User Satisfaction, Aesthetics and Usability: Beyond Reductionism)연구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심미성이 높은 디자인에서 더 큰 만족감을 나타냈으며, 이는 디자인의 사용성과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애플의 매직 마우스를 예로 들면, 충전 방식이 매우 불편하여 사용성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덕분에 이 제품은 사용자에게 큰 만족감을 제공합니다. 매직 마우스의 심미적인 요소가 충전의 불편함을 상쇄하며, 이는 제품의 높은 평가와 상품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점에서 UX/UI 디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때때로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목표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 외의 중요한 요소들을 놓치곤 합니다. UX/UI 디자이너들은 이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불리며, 단순히 사용성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전체적인 만족감을 고려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높은 사용성은 사용자 만족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재료에 불과합니다. 흑백 요리사를 보며, 저 또한 혹시 사용성에만 매몰되어 더 큰 만족감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셰프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맛만이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UX/UI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입니다.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임무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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