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차장 두 칸을 다 써버린 차량을 봤다.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도 그 동안 틈틈이 익혔던 철판을 이용해 이동주차 요청 전화를 하려는데 이 종이를 발견했다. 이 종이에 적힌 분노의 필체는 참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이 차를 세운 상황과 이 종이를 남긴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전화를 걸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차주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눈이 지금은 녹았나요? 아까 쌓여 있어서 가운데 세웠거든요.
이 말을 듣고 나는 종이 쪽지를 빼서 치워버렸다. 차주가 이 종이를 보면 기분이 안 좋고 억울할 것 같아서.
파스칼의 말처럼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는 옳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옳거나 불가피할 수가 있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주차 메모 사건을 통해서 나는 두 가지를 개선했다.
1. 분노가 치미는 순간 한 번 더 생각하는 힘을 키웠다. 알아보고 화를 내도 결코 늦지 않으니까.
2. 사람은 누구나 약하다는 사실을 알면 감정노동 상황과 갈등상황에서 한결 편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주차 메모를 남긴 사람은 고통을 참지 못한 나머지 미처 생각을 못하고 분노를 표현한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