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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Mar 01. 2023

출판사 사장님도 칭찬했던 <논어> 텍스트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저자신정근출판사계절발매2009.01.30.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를 한참 읽고 있을 때 친한 출판사 사장님을 만나러 출판사를 찾아갔다. 그 분은 고전에 상당히 조예가 있으신 분이어서 추천을 받곤 했다. 요새 읽고 있는 책이라며 보여드렸더니 사장님은 여기저기 살피시면서 편집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폭풍칭찬을 하셨다. 편집자가 보는 눈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장님이 거기까지 했으면 좋았겠지만, 직원인 편집자가 들으라면서 큰 소리로 우리는 왜 이런 식으로 편집하지 못하는지 갈구기 시작했다. 참 난처했다.


대표

논어 구절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상황, 걸림돌, 디딤돌을 설정했고 소설적인 방법으로 논어 구절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려고 노력한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 

내가 읽는 논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남회근 선생의 알기 쉬운 논어강의(상,하)>(씨앗을뿌리는사람)과 <주주금석 논어>(현음사)인데, 전자는 논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와 중국 대륙의 역사를 한 노인의 이야기로 녹여내는 맛이 좋았다. 2권의 매우 지나치게 두꺼운 분량이지만(가격도 그에 대비하여 세지만) 내가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다. 후자는 문장 해석상에서 많이 도움을 얻은 책인데 한문학 교수의 자문을 듣고 구입해 지금까지 읽고 있다.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사계절)은 하이퍼텍스트와 오픈텍스트의 웹2.0 정신을 동양고전에 시도한 재미있는 책이다. 하이퍼텍스트란 구절과 구절이 연결돼 있어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뜻이고, 오픈텍스트는 해석의 여지를 애초에 넓게 열어둔다는 뜻이다. 국문, 원문, 음을 병기하고 주요 구절마다 논술제시문과 논제를 도입한 다용도의 구성방식과 유가, 도가 등을 섭렵한 작가의 성실함은 어떤 독자든 이 책 한 권으로 논어에 다가감에 무리가 없도록 만들었다. 제목 자체에서도 의지가 잘 보인다. '유쾌'하다는 것은 논어의 정신인데, 기분 좋거나 웃기다기보다는 온갖 감정의 태풍이 지난 후에 느끼는 페이소스 같은 감정이기 때문에 논어 스토리와 공자의 인생을 관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한문은 '문리'라고 해서 반복적으로 읽고 암송하면서 그 뜻을 통째로 외우게 되고, 그 범례가 '문법'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옛 사람들의 번역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병폐가 많았다. 논어의 편명을 앞자리 두 개를 따서 쓰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체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한학자 선생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학(斯學, 유학을 사학이라고 부른다)을 하는 사람들은 선인이나 스승, 선배의 저작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기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부딪치는 해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논어책 한 권을 읽으면서 참신한 해석 4~5개 정도 얻으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는 각 장마다 4~5개 정도의 참신한 해석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에서 내가 10년 넘게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깨질 때의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즐겁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인仁에 대한 해석이었다. 仁이 해석하기 무척 어려운 개념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바였지만, 저자가 비교적 쉬운 길을 가려고 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사람과 사랑 사이에서 공자가 '군자'라는 하드웨어어 담고자 했던 소프트웨어였기 떄문에 정면돌파해야 했다. 仁 개념에 대한 해석은 <논어징> 같은 책에서 참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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