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지진을 여러 단편으로 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작 단편 소설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신카이 마커토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많은 비유적 장치가 많이 담긴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만에 하나 싸움에 져서 목숨을 잃어도, 누구도 동정해 주지 않습니다. 만일 성공적으로 지렁이 군을 퇴치할 수 있다 해도,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요. 발 밑 저 아래쪽에서 그런 싸움이 있다는 것조차 사람들은 모르게 때문입니다. -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본문 중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는 한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독자라고 밝힌 적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해변의 카프카》의 주요 내용과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고베 지진을 모티브로 한 연작 소설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서 읽을 수 있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주요 테마는 재난, 세대 단절, 신화적 상상력이다. 흥미롭게도 이 세 키워드는 <스즈메의 문단속>에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는 어떤 점에서 스즈메와 유사할까? 개구리는 아주 오랫동안 은행원 가타키리를 관찰하고 나서 어느 날 그의 아파트로 찾아와 차를 마신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개구리가 아파트에 방문한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은행원 가타키리의 악성 채무를 개구리가 해결해준다. 한 변호사는 가타카리에게 전화해 금액을 내일까지 갚겠으니 이제 개구리 군을 집으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는 의뢰인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설 속 개구리는 어엿한 주민이다.
하루키는 지진(지렁이)에 대해 "마음과 신체에 오랫동안 흡수해서 축적된 여러 가지 증오가 전례가 없을 만큼 잔뜩 부풀어올라" 방치할 수 없이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개구리가 가타키리를 방문한 이유는 지렁이 군이 도쿄 지진으로 15만 명 정도를 사망케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타카리는 성실히 살아 왔으니 자신을 도울 수 있고, 개구리 군이 목숨 걸어 지킬 자격이 된다고 말했다. 개구리 군은 가타키리의 응원과 지지, 믿음을 요구했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건 아니지만 개구리 군에게는 무척 커다란 응원일 것이다. 가타키리 군은 어떤 사건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무의식 속에서 전쟁을 했고 전쟁 장면은 이미 지나가 버린 후였다. 개구리 군은 힘겹게 무승부를 거두었다고 말하며 죽는다.
나는 무승부라는 말에 큰 울림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식으로 하면 밑져야 본전이다. 밑져야 본전인 상황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신화적 세계관에서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고 영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쁜 일에 휩싸이지 않고 평범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에서 내세운 목표도 "무승부"로 상징되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일상이다. 이것이야말로 재난이 우리 인간에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