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신들은 나무를 사랑한다

by 오승주 작가

나무 가지치기도 신구간에 해야


어머니가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나를 깨운다. 한 손에는 달력이 들려 있다. 오늘이 신구간이 맞냐는 거다. 나는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다.

오늘은 신구간 마지막 날이었다.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 신들이 부재중에 이사와 집수리를 한다. 그런데 나무 가지치기도 신구간에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나무 손질을 그냥 해도 되는 거ㅜ아닐까? 그러고 보니 예년에도 이맘때 나무 손질을 한 기억이 있다.

어머니는 향나무가 지붕 뚫고 하이킥하면 안 좋다고 해서 윗가지와 옆가지를 치라고 지시했다


꿀오소리가 된 심정으로 바오밥나무보다 질긴 향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향이 깊어서 어지러웠다. 요즘 어머니는 약간 급발진하는 경우가 있는데, 흥분하면서 그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를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나무 위에 올라가서 톱으로 윗가지와 옆가지를 쳤다. 지붕을 위협하는 가지들과 전봇대를 건드리는 가지를 제가했다.


구럼비나무를 손질하던 어머니는 향나무 쪽을 지나면서 잘했쪄 잘했쪄 하고 좋아했다. 향나무의 웅장한 모습이 없어져서 아쉬웠지만 어머니의 근심은 좀 옅어진 듯하여 그것으로 된 것 같았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우리집 입구를 현관문처럼 지켰던 향나무가 손상되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살자. 향나무야. 사랑해.




제주 신들의 이야기


신구간에는 집안의 신들과 화장실 신이 별도로 보고한다. 집안의 신은 대장 격인 성주신, 부엌신인 조앙신, 그리고 문전신이 대표적이다. 화장실 신 노일저대는 부엌신과 원수지간이다. 문전신은 부엌신의 막내아들이다. 그래서 보고도 별도로 한다. 생전에 노일저대는 부엌신을 물에 빠뜨려 오랫동안 방치했다. 문전신이 복수하고 물을 둘로 쪼개 어머니를 구하고 따뜻한 부뚜막에 좌정시켜준 사정이 있다.


부엌신은 최대한 화장실과 멀리 떨어지라고 명령했기에 제주인들은 화장실을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했다. 어릴 적 밤에 화장실 가려 할 때 그 공포가 아직도 생각난다. 하지만 겨울에 온도차로 노인들이 많이 숨지는 일이 벌어져서 화장실은 욕실에 붙게 되었다. 인간의 사정 때문에 화장실 신과 부엌 신이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다.


나무 자체가 식으로 대접받아서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마을마다 신목이 하나 있고 본향당에 서 있는데(육지에서는 서낭당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당나무, 당신나무라고 하는데(주로 팽나무가 주인공이지만) 우리 집 신목은 현관 대문 같은 저 향나무다. 춘추시대에는 색문이라고 했다. 대문 앞에 세워서 집을 은폐하는 나무였는데, 제후만 심을 수 있었다.


어머니(손 임자)는 아침에 노동을 했다고 진수성찬을 차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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