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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늘 바쁘다.

by 다작이

아침마다 난 부스스한 상태로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닌다. 얼른 정신을 차리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가방을 둘러메고 현관문을 나서야 비로소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체로 그때가 5시 50분쯤, 그다지 이른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겨울엔 여전히 어둠을 벗어나지 못한 시각이다. 가능하다면 한 30분만 더 누웠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경선이 생긴 뒤로는 집에서의 출발 시각이 20분쯤 늦춰졌다는 것이다. 여유가 생겼다는 건 반가운 일이긴 한데, 대체로 그 여유는 게으름으로 이어지곤 한다.


나는 잠이 무척 많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알람 소리를 못 들고 잠에 취해 있을 때가 많다. 물론 주말은 항상 그랬다. 주중엔 그런 경향이 적은데, 특히 오늘처럼 월요일 아침은 거의 알람 소리에 반응하지 못하곤 한다. 그 외의 평일은 기적적으로 알람소리를 듣는다. 5시 50분이 되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요즘 아침형 인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6시 다 되어 일어나는 걸 두고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말을 하지는 못할 테다.


이런 내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그들이 생각했을 때 내가 일어나는 그 시각은 아직 한밤중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직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누군가는 7시 40분에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자기가 나라면 그 시간에는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하긴 그 말은 분명 맞는 말처럼 들린다. 꽤 오랫동안 기상 시각을 당기려고 노력해 봤지만 매번 허사였기 때문이다. 고작 30분 더 일찍 일어나서 움직인다는 게 내게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에 비해 2시간 가까이 더 자는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말할 만했다.


어쨌거나 집을 나서면 곧장 지하철 역으로 간다. 대개는 배차 시각을 맞추는데 계단을 한두 개 남겨 두고 있을 때 승차하라는 마지막 신호를 듣기도 한다. 느긋한 성격이라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뛰지 않는다. 문이 닫히려는데 뛰어들어가는 일은 내 사전에 없다. 안전하게 그다음 열차를 타는 게 더 낫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내 하루의 글쓰기는 시작된다. 대략 두어 정차역에 이르기 전에 무엇에 대해 쓸까, 하는 걱정을 끝낸다. 5분 이내면 족하다. 그러고는 대구역까지 가는 18분 동안 열심히 스마트폰의 키패드를 두드린다. 속도는 예전에 비해 눈에 띌 만큼 빨라지진 않았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노트북을 쓸 때의 작업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어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한 편의 글을 다 썼거나 끝을 향해 갈 무렵이면 나는 대경선 안에 있는 중이다. 대략 23분 정도가 지나면 왜관역에 도착한다. 다행히 한 편의 글을 완료하게 되면 그날의 두 번째 글을 쓴다. 왜관역에 도착하면 학교로 가는 버스가 바로 없어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출퇴근 시각에만 3~4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이 버스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물론 더 편한 택시가 있지만, 정말 급한 날 간혹 타 보면 13,000원이라는 요금이 만만치 않아 탈 때마다 후회하곤 한다.


학교행 버스에 오르면 대략 열 개 정도의 정류장을 지난다. 버스에 머무는 시간은 대충 17분 정도, 버스에서 내려 5~10분 정도 걸으면 학교에 도착한다. 물론 퇴근길은 이 과정을 거꾸로 하면 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지만 걷고 기다리는 데에 거의 1시간 반을 쓴다. 편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 왕복으로 치면 대략 세 시간 정도는 덤으로 시간을 더 쓰는 셈이다. 아내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길에 내다보리는 시간이 하루 세 시간은 된다는 뜻이다.


약 13년 전에 나름 뜻한 바가 있어 핸들을 손에서 놓았다. 잠시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글이 잘 안 풀리는 날은 책을 읽으면 되고, 대체로 지금처럼 글을 쓴다.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이런 내 아침 루틴에 큰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남은 10여 년의 교직생활도 이 루틴을 고수하지 않겠나 싶다. 글은 쓰고 싶은데 도저히 바빠 시간을 못 내는 사람들에게 핸들을 놓아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당장은 꽤 불편하지만,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금세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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