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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 깨지다.

사백 일흔세 번째 글: 카페는 글쓰기 좋은 곳이 맞는지?

by 다작이 Feb 22. 2025

오늘은 볕도 좋고 시간도 있어서 예전의 학부모님이 운영하는 그 작은 커피 매장에 왔습니다. 전면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고, 또 그러다 이내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는 느낌이 싫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한적한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으려니 이것 역시 작지 않은 축복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차를 마십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봅니다. 그러다 아내 글까지 쓰고 있으니 삼박자가 착착 맞아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 좋은 분위기가, 흥이 슬슬 깨어지려 합니다. 처음에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한 사람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실내가 사람으로 꽉 찹니다. 정작 문제는 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옵니다. 점점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마치 자동차 경주회에 출전한 자동차들을 보는 느낌입니다. 어느 한 테이블에서 약간 소리를 높인다 싶으면 무슨 경쟁이라도 하듯 다른 테이블 사람들의 데시벨도 올라갑니다. 목소리 큰 사람들이 앉은 테이블 때문에 자기들의 얘기가 잘 들리지 않으니 목소리를 높이고 마는 것입니다. 


제 앞쪽에 두 사람, 뒤쪽에 두 사람, 11시 방향에 세 사람, 그리고 9시 방향에 세 사람이 있습니다. 딱 열 명만 있을 뿐인데, 앞쪽에 앉은 두 사람과 저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일곱 사람이 무슨 경쟁이라도 붙은 듯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하고 싶지만, 하필이면 이전 학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다 보니 그런 당연한 말 하나도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변이 시끄러워도 그저 묵묵히 차를 마시면서 글을 쓰기만 할 뿐입니다. 저러다 가장 시끄러운 손님들이 가고 나면 그나마 숨통은 좀 트이겠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일제히 소음을 유발하고 있는 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뜰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제가 먼저 자리를 뜨는 게 맞는 건지도 모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는 게 순리입니다. 어떤 중이 싫어한다고 해서 절이 떠날 리는 없으니까요.


그러던 차에 저 말고 가장 조용했던 손님들, 사진 속에 찍힌 두 남녀가 자리를 뜹니다. 하필이면 매장 안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람들이 앉은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나마 그 두 사람은 창밖의 풍경을 보며 꿋꿋이 버틴 것 같았습니다. 인내심이 극에 달한 걸까요? 아니면 다른 약속이 있어서일까요? 아무튼 매장 안에 더 있어도 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좀 갔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들은 떡, 하니 버티고 앉아 있는데 말입니다. 마치 TV 프로그램 중에서 그만 방영해도 된다 싶은 건 추가분까지 편성하여 방송을 연장하는가 하면, 제가 즐겨 보는 인기 없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종방이 되고 마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도대체 누가 커피 매장이 글쓰기 좋은 곳이라고 했을까요? 지금 상황이라면 글을 쓸 수 있기는커녕 읽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딱 두 테이블이 남았습니다. 세 테이블 중에서 그나마 덜 시끄러웠던 팀과 가장 소란스러운 팀이 남아 있습니다. 두 테이블을 평균으로 계산해서 생각해 보면 아직은 견딜 만한 것 같으니 조금은 더 참고 버텨 보기로 합니다.


밥을 입으로 먹는 건지 코로 먹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생각날 만한 그런 상황입니다. 공공장소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질서의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점점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저의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만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한계 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도 꿋꿋이 글을 있는지를 시험해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봅니다.


사진 촬영: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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