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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온라인 단톡방

by 다작이

내가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는 카카오톡 글쓰기 단톡방이 있다. 현재 회원은 24명,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글을 쓰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모여들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데다 최소한 모르는 관계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겠나 싶긴 했다. 처음 그곳에 가입한 게 2023년 6월이었으니 무려 2년 6개월쯤 됐다. 한 곳에서 생각보다 오래 글을 썼다.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족히 삼사백 편은 쓰지 않았을까 싶다. 낯을 좀 가리는 내 성격으로 보면 글 쓰기에 이만큼 괜찮은 곳도 없는 셈이었다.


완벽한 창립 멤버는 아니다. 네이버 블로그 활동 중에 우연히 알게 된 지금의 방장의 초대로 들어간 곳이었다. 아무튼 오래 활동한 탓에 영광스럽게도 부방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고작 그걸 말하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몇 번을 생각해 봐도 어쩌면 그곳에서 계속 글을 쓸 수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 가까운 주변에서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보면 단지 카카오톡 단톡방으로 운영되는 그 모임에 꽤 많은 사람이 활동하고 있다는 자체가 나로선 경이로웠다. 겨우 24명으로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참여 인원이 가장 많았을 때가 50명이었으니 적어도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 만했다.


초창기엔 1주일에 의무적으로 한 편씩 글을 쓰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오전쯤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누군가가 글감을 제시한다. 그러면 나머지 회원들은 그에 맞춰 글을 써서 단톡방에 올린다. 글감과 관련 없이 자유로운 소재로 글을 올려도 무방한 곳이다. 목적은 글을 쓰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었다. 글쓰기에 두려움이 있어서 좀처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꿋꿋하게 글을 쓴 이들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더러 누군가는 자신의 글을 품평해 달라고 한다. 자신의 글이 어떤 점에서 잘되었는지 혹은 어떤 대목에서 부족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뜻이겠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에 대해 궁금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감히 판단하겠는가? 회원들은 간단한 자기 생각과 함께 글 쓴 이를 다독이며 응원을 보냈다.


한편 누군가가 공식적인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석해 보니, 회원들 각자가 쓴 글을 두고 난도질을 하더라는 이야기도 들어보긴 했다. 글을 품평해 달라던 그는 어쩌면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그 같은 경험이 있었거나, 그 품평으로 인해 어떤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실제로 그 모임에서도 초창기에 그런 요구가 더러 있었고, 나름은 느슨한 분위기가 싫어 탈퇴한 이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쓴 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무슨 발전이 있겠느냐고 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난 타인의 글을 난도질하는 건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남의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가 있을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그렇게 품평을 하는 사람은 그와 같은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도 평가를 꺼리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품평을 요청하는 사람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무리 냉정함을 갖고 보려고 해도 자기의 글이 어떤지 모르는 것이다.


글이라는 게 그렇다. 글을 쓴 당사자가 얼마나 많이 고심하며 용기를 내어 썼을지 미루어 짐작하기에 격려 및 응원 차원에서의 내 소감 정도만 짧게 언급하곤 한다. 그게 글을 쓰는 사람의 도리라고 믿는다. 또 애써 글을 쓴 누군가의 노고를 이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글에 대한 비평은 엄연히 문학평론가의 몫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글을 쓰는 것이고, 글쓰기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글을 쓸 수 있게 약간의 동기만 부여하면 될 뿐이다. 마침 방장과 다른 부방장 1명 등, 세 명의 운영진의 생각이 같아 지금까지 우린 그렇게 운영해 오고 있다. 어쨌거나 시간이 꽤 지났으니, 요즘은 2주일에 한 번씩 서너 개의 글감을 선정해 글을 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따지고 보면 내 글쓰기에 있어 그 모임의 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글이라는 게 어떤 건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껏 글을 써 왔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올여름에 처음으로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운영진 세 명이 대면했다. 처음 만났지만, 이미 몇 번은 본 듯한 인연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이야기꽃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에 대해서 깊이 있는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 난 이 모임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거라는 예감을 느꼈다. 물론 앞으로도 나는 이곳에서 글을 계속 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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