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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

72일 차

by 다작이

이 플랫폼에서 자주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제일 큰 이유겠다. 쓰는 것 자체는 물론 그때그때 수정도 용이하고 무엇보다도 앉은자리에서 한 번만에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작가의 서랍' 속에 고이 넣어 놓았다가 언제든지 꺼내 쓰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브런치 말고 다른 글쓰기 플랫폼에서도 이 정도 기능은 제공할 것이다. 사실 나는 옷을 살 때에도 안에 들어가 입어보고 고르는 게 아니라, 밖에서 충분히 보고 결정한 뒤에 안으로 들어가 '이거 주세요'라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는 소문이 나더라도 웬만해서는 옮길 생각도 없다.


지금 현재는 그렇다. 대략 하루에 꼬박꼬박 두세 편은 쓰고 있다. 내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이다. 글의 편 수 따위가 뭐 그렇게 중요할까?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지켜오고 있다. 글쓰기는 나와의 약속이다. 모든 약속은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겠지만, 나와 한 약속은 더더욱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보는 이가 아무도 없는데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건 곤란하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겠다. 특히 긴 연휴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라면 글을 쓰기에 더없이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내게도 있다. 얼핏 보면 아무렇게나 막 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내 나름으로는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이 일정한 수준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내 자질의 부족 탓이 아니겠나 싶다. 그런데 그 부족한 자질의 문제가 어디 어제오늘의 얘기일까?


과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어쩌면 글쓰기와 관련해서 가장 쓸모없는 걱정거리가 바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라는 화두가 아닐까? 사실 오랜 기간 동안의 고민 끝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어이없게도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약 굳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비책은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이겠다.


그래서 난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대답하곤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매일 글을 쓰라고, 또 무엇에 대해 쓰든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반드시 한 편의 글로 완결하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내 문제가 생기고 만다. 문득 내 속에서 똑같은 물음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과연 그것만으로 되겠냐며 멍하게 있는 내게 더 그럴싸한 답변을 재촉한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 정작 내 문제엔 자신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아마도 속으로는 그 간단한 내가 몰라서 이러고 있겠냐며 내게 따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사심 없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내게는 안 되는 격이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7개월이 넘었다. 나의 글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주눅 들게 했으리라. 물론 누군가는 5년 넘게 쓴 사람도 있고, 8년 동안 매일 글을 썼다는 사람도 봤다. 솔직히 그들과 비교하면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순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유독 내게서만큼은 관대해지려 한다.


이런 걸 보면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들 중에서 과연 자기의 글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존경하는 내 은사님은 글쓰기책을 고를 때 글쓴이가 직접 쓴 글이 예시로 실려있지 않은 책은 무조건 거르는 게 좋다고 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해답이 어딘가에 있다면 우리 안에 있을 거라는 짐작은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조금만 생각해 봐도 자명한 일이다. 글을 쓰는 당사자인 우리에게 그 열쇠가 없다면, 어찌 글도 쓰지 않는 타인에게서 그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유명한 글쓰기 강좌나 잘 팔리는 글쓰기 책 따위에 의존할 일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아무리 그들의 말이 가려운 속을 긁어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들은, 우리가 쓰는 글의 단 한 줄도 완성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글쓰기책은 그 책을 쓴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며 몇 번이나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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