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도 싫고 연휴는 더 싫고

by 다작이

열흘의 길고 긴 연휴가 드디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정말이지 끔찍할 만큼 나는 이 연휴가 싫다. 누군가는 내게 배부른 소리나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이 그러하니 아무려나 상관이 없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면 그중에서 꽤 상위권에 들 정도로 싫어하는 게 바로 연휴이다. 내가 그리 활동적이거나 혹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태생적으로 나는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찌 보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MBTI에서도 그런 유형을 보이는 데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다분히 내향적인 모습이 엿보인다며 사람들이 내게 말할 정도이다.


그런데 혼자 집에서 몇날며칠 쉬는 건 또 질색하는 성격이다. 그냥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서 활동하고 집에 돌아와 쉬는 것을 더 좋아하지, 마냥 이틀이고 삼일이고 혹은 그 이상 쉬는 걸 결코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정은 그렇다고 해도 1년 동안 연휴라는 게 그다지 많은 상황은 아니니 어지간해서는 참는 편이다. 연휴 기간 내내 낮 동안은 밖을 쏘다니며 집에만 있을 때 느껴지는 의기소침함을 떨쳐버리곤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처럼 명절이 낀 연휴가 되면 분노는 극에 달한다. 그야말로 내겐 최악 중의 최악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가 내게 연휴와 명절 중에 어느 것이 더 싫으냐고 묻는다면 단연 명절이다. 만약 시대의 흐름에 맞게 명절을 없애자는 국민투표를 한다고 하면 아마도 내가 제일 먼저 뛰어가서 찬성표를 던질지도 모를 정도라고나 할까? 때로는 반 세기 이상을 살아온 내가, 어쩌면 이제 이 나이쯤 되면 오히려 더 좋아해야 할 명절을 왜 그렇게 싫어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친구들 역시 그런 말을 한다. 나이가 들면 가족들이, 또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가 가장 좋지 않냐고 하면서, 왜 그렇게 명절을 싫어하느냐고 말이다.


성격 자체가 원래부터 혼자 있는 것을 조용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낳아만 놓았다 뿐이지 속된 말로 저절로 알아서 컸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거의 방치에 가깝게 나를 키운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두 분은 내게 특별한 관심을 쏟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이렇게 말하면 그분들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만 했다고 보면 될 정도이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보니 그것만 해도 사실상 부모의 도리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그래서인지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과 장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것은 외로움과 귀결되었다. 혼자가 아닌데도 마치 세상에 혼자 내버려진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누구를 탓할 마음은 없다. 누구보다도 그런 내 상황을 만드는 데에 가장 크게 일조한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지금도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는 꺼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젠 그럴 일이 아예 없다는 것이겠다. 양친이 다 돌아가신 것만 해도 벌써 6년이 넘은 시점인 현재, 내 쪽의 친지 모임은 전멸인 상태이다. 가끔 외로울 때가 있긴 해도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처가에서 발생하곤 한다. 장인어른 쪽이 팔 남매, 장모님 쪽이 팔 남매다 보니 이런저런 자리가 적지 않게 만들어진다.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런 자리에 섞여야 할 때가 종종 생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칠색팔색한다. 지금은 아내도 어느 정도는 체념해서 그냥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다만 결혼 초창기엔 이런 문제로 꽤 싸우기도 했었다. 따지고 보면 그것도 다 족히 15년 이상도 더 된 일이다. 이제는 고작 그런 문제로 서로가 감정소모전을 펼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만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관절에 탈이 난 사람이 비가 올 즈음 온몸이 쑤시고 결리는 것처럼 말이다. 너무 정이 없고 삭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어떤 이유를 거론하든 싫은 건 싫은 것이다.


무탈하게 무려 열흘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시대의 변화 탓인지 이번 명절엔 처가의 두 어른 외엔 그 어떤 누구와도 술상 앞에 마주 앉은 일이 없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먹고 자고, 또 먹고 자는 평범한 일상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인가 싶다. 그야말로 내게는 가장 이상적인 연휴였던 셈이었다.


언젠가 나는, 명절이 없어지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아마도 그날이 오면 나는 조금은 더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게 내 작은 소원 중의 하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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