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준비 중?

by 다작이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다 브런치에 뜬 광고를 보았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여기에 오고 난 뒤에도 벌써 세 번이나 본 광고였다. 처음과 두 번째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혹 하는 마음에 두 개의 브런치북을 각각 응모했었다. 물론 응모했던 나조차도 될 리가 없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사실 안 될 걸 알면 굳이 시도할 필요도 없는 건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즐거운 마음으로 응모했었다. 해마다 지금처럼 며칠 안 남았으니 도전하라는 광고와 알림 메시지를 보면서도 유독 올해만큼은 마음이 편안했다.


어쩌면 한창 마음이 분주할 때에 온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글쎄, 이런 메시지는 누군가에게는 반가울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기도 하지 않을까? 그래도 미처 준비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겐 마감 기한을 한 번 더 알려줌으로써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할 수는 있을 듯하다. 또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예정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개수의 브런치북으로 응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번에도 결국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됨을 알리는 대대적인 광고인지도 모르겠다. 그 말은 곧 괜스레 심기만 불편하게 만드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여기저기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응모하기 위해 시간을 아껴가며 준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번 프로젝트에 응모를 준비하고 있는가? 그렇잖아도 요즘 들어 부쩍 새 브런치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하루에도 수 편의 브런치북이 쏟아지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브런치북이라는 게 꼭 이 프로젝트에 응모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브런치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분명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맞다. 평소에 써놓은 수많은 글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이런 프로젝트에라도 응모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할 수도 있다. 또 아는가? 사람의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덜컥 응모했다가 수상하게 될지 말이다. 그러나 그래 봤자 고작 10여 명 안팎일뿐이다. 절대다수의 응모자들은 이번에도 전혀 기회가 닿지 않는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자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다 끝나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헛물만 켜다 쓴 입맛을 다시고 돌아서는 그 서글픈 뒤풀이를 또 감당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면 최소 수백여 권에서 많게는 수천 권 이상의 브런치북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심사를 맡은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많은 걸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그들도 각종 문학상 공모전이나 신춘문예 때처럼 브런치북 1회 차의 글의 일부분만 읽어 보지 않겠나 싶다. 꼭 그 많은 회차의 글들을 다 읽어봐야 수상작을 가릴 수 있는 건 아닐 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응모를 할까 말까 하며 꽤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 나름으로 준비하던 원고도 있었다. 포기가 빨라 현명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라라크루 하나만 투어 청계산 등반을 하면서 응모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한 자리에 숟가락 하나 들고 식탁에 앉을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엔 응모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기한이 다가오면서 한 권쯤은 응모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하기야 한 권이 아니라 열 권을 응모한다고 해서 누가 말릴까? 그런데 막상 써 보니 문제는 정작 내 마음에도 들지 않더라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내가 정한 기준선을 통과하지 못하는데, 타인의 마음에 어찌 들 수 있겠는가? 청계산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동안 그렇게도 빨리 마음을 정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누구보다도 내 글에 대한 한계 인식이 빨랐기 때문이 아니었겠나 싶다.


어쨌건 간에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이삼일 안에 마음이 변하게 되어 나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 응모한다면, 내 마음에 들게 글이 수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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