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백수생활 제 2막
백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졌다.
누군가를 믿고, 마음을 열고, 같이 일을 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겪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장 잔고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미 쓸 수 있는 돈은 다 썼고, 모아놓은 돈까지 무작정 다 써버릴 순 없었다.
그 때 감사하게도 이런 조언을 받았다.
"어디를 가도, 이상한 사람과 이상한 일은 있어.
그런 사회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는가? 지저분한 먼지들을 털어낼 준비가 되었는가?
이걸 생각해보면 돼. 만약 잘 모르겠다면 아르바이트 같은 걸 하면서 연습해봐도 좋을 거야"
그렇게 갑작스럽지만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 3일, 하루 5시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던 백수에서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고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조금씩 내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사회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일만 잘하면 돼
아르바이트 출근 첫 날, 괜히 두근거리고 긴장이 됐다.
대학생때도 많이 해봤던 카페 아르바이트지만, 느낌이 달랐다. '내가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혼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사실은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이 곳이 일도 힘들고, 사장님도 까다로우신 편이라 사람들이 자주 그만두는 편이라는 얘기도 들어 더 걱정이 됐다.
그렇게 일을 배우던 중 나를 가르쳐주던 직원분이 이런 말을 했다.
"다정씨, 다른 건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일만 잘하면 돼요. 그럼 혼날 일도 없어요. 여기선 그거 뿐이에요."
내 걱정을, 내 마음 속 이야기를 읽은 걸까?
그냥 내가 괜히 그렇게 느끼는 걸까? 싶었지만, 여러가지로 맞는 말이었다.
회사(직장)에서는 일만 잘하면 되지. 일하고 돈을 받는 건데, 일만 잘하면 되는 거였는데
나는 왜 사람을 믿고 마음을 주려하고, 내 자아를 실현하려 했을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욕심이 많았던 나, 의욕이 과했던 나.
그래서 상처받았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