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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씨 Feb 18. 2019

깨부수는 게 아니야, 나만의 길을 가고 있는 거야

#17. 모래 심리치료


흔들고, 깨부수다


퇴사 후 마지막 심리상담에서 선생님이 모래로 하는 심리치료를 제안했다.

방법은 네모 상자 안에 있는 모래를 내 마음대로 하고 그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말해보는 것.

모래 옆에는 다양한 장난감과 소품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걸 활용해도 좋고,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모래산을 쌓아 그 위에 흔들의자를 놓은 후, 바닥을 내리치는 캐릭터 인형을 의자 위에 올렸다.

"평평했던 바닥을, 모래를 뒤흔들어 산이 만들어진 모습이에요. 한 편으론 잔잔했던 틀을 깨부수는 모습이기도 해요. 여기서 캐릭터 인형은.. 저 같아요.”


내가 이렇게 설명하자, 선생님은 반문했다.

"다정씨는 왜 평평함을 '흔들었다'라고 생각해요?

왜 '깨부수었다'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는 다정씨만의 무언가를 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랬다. 나는 내가 회사에 있는 무언의 질서와 규칙(사실은 불합리함과 부조리)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 틀을 깨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다 버티고 지키는데 나만 그렇지 못한 거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게다가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일반적인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 이것저것 하고 싶어 하는 내 성향이 기존의 틀을 깨거나 흔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괴롭혔다.



나만의 길


나는 나름대로 나만의 길을 가며 경험을 쌓고 있었는데,

사회의 시선으로, 남들의 시선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려는 회사 임원의 시선으로,

"너는 지금 우리의 틀을 깨부순 거야, 너는 중심 없이 흔들리는 거야"라고 나 스스로를 평가하고 단정지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내 시선으로 나를 다시 바라보자, 모래와 인형은 다르게 보였다.


산(모래산)은 내가 쌓아온 경험이고,

의자의 흔들림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고,

나는 지금 그 위에 앉아 웃고 있다.


처음 생각한 것보다 산이 조금 낮아 내 기대치에 비해 모자랄지도,

많은 흔들림에 불안할 때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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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_where_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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