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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Apr 29. 2023

유튜브를 하는 마음

돈은 되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성취감은 어디서 오나

작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다. 


기록 덕후로서 안 그래도 온갖 기록에 힘을 쓰고 있는데(모닝페이지, 인스타, 일기, 블로그, 그림, 사진 등), 거기에 유튜브까지 더하는 게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에 올린 영상은 4편뿐. 올 해는 2편을 올렸다. 이 정도면 나로서는 고무적이다. 허허. 


영상 하나를 만들 때 비효율적으로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계속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이 식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는 내 각종 작업들이 있다. 글을 쓰고, 그림책을 만든다. 하지만 그중 지금 이 시점에 돈이 되는 일은 딱히 없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거나, 원고 연재를 할 곳을 구했을 때는 그나마 내 노동으로 수익을 얻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하고 있지 않다. 돈이 전혀 안 되는 개인 작업만 하고 있다. 이게 내가 선택한 일이고, 이 도전을 후회하진 않지만 가끔 현타가 온다. 지금 뭐 하고 있나 싶은. 


하지만 아직 해볼만큼 해본 것은 아니기에, 현타로 잠시 널브러져 있다가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책상에 앉는다. 자주 넘어지고 자주 일어난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걸 '일'이라고 부르기도 왠지 민망한 '일'을 내가 꾸역꾸역 '일'이라 존중하며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성취감에 대한 희망을 발견했다. 


지금 내 성취감의 첫 번째 원재료는 '완성의 감각'이다는 걸 느꼈다. 영상 하나를 완성했을 때, 그 순간 느끼는 성취감이 있었다. 


최근에 올린 영상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전 일상을 무려 1년 전에 찍어둔 것인데, 그걸 이제야 편집했다. 편집하는 내내 내 아이가 이토록 사랑스러웠다는 게 다시 기억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로 돌아올 수 없게 지나간다는 게 실감 나고,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하는 오늘이 더욱 소중해졌다. 영상 하나 완성하고 얻은 것 치곤 큰 선물이다. 


내 영상을 본 한 분은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도 남겨주셨다. 그 댓글을 보면서도 참 뿌듯했다. 


업로드한 영상을 본 남편이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우리의 시간을 기록해 준 덕에 평생 들여다볼 보물이 생겼다고. 돈으로 다 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그러니까 내 성취감의 두 번째 원재료는 '의미'이다. 내게 의미 있는 것이 나를 넘어 타인에게도 의미가 있었다면 그 성취감은 배가 된다. 확실히 힘이 났다. 계속 이런 걸 만들 힘.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기록할 힘. 


사실 유튜브가 잘 되어서 내가 만든 콘텐츠로 수익까지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는 가느다란 흑심이 있다. 가느다란 이유는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걸 알기에. 


난 남들이 많이 볼 만한 영상을 올리는 건 잘할 자신도 없고, 솔직히 말하면 하고 싶지가 않다. 고집스럽게도 내게 의미 있는 것을 하는 것 밖에 모르기에 수익화 그건 정말 막막하다. 잔잔한 영상 에세이라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걸 찾는 많은 이들의 입맛에는 지루하고 밍밍할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낼 수 있는 맛은 이 맛뿐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미련한 고집일 수 있지만 바뀔 자신이 없어 유감스럽다. 


그래서 결국 이 유튜브의 열매가 돈으로 돌아오진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또 나에게 좋은 것을 남기고 있다는 보람으로 계속해나갈 힘을 얻는다. 


그러면서도 수줍게 남기는 홍보. 쑥스럽지만 좋댓구알 속삭여봅니다. 


유튜브 채널 <다정리에버에프터> 


(폰트 노골적으로 크게 박은 거 모른 척해주기. 쑥스러운데 할 건 해야겠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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