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코끼리 출판사도 있다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중에서도 내 일을 찾으려 이리저리 고민하고 불안해하다가 뭐든 하며 지금까지 왔다. 나를 정의하는 언어를 찾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프리랜서'라는 단어를 골라 내가 하고 싶은 작고 소중한 일들을 해왔다. 나는 마음과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이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중요했다. 그래서 큰 일을 무작정 벌리기가 어려웠다.
2023년을 시작할 때에도 사업자를 낼지 말지 고민했다. 사업자를 내면 작고 소중한 일이 아니라 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의지와 다짐을 보여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끝끝내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작고 소중하게 해나가고 있기에 무작정 그 이상의 일을 헤쳐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사업자를 내려고 한다.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정체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우고 싶었다. 뭐든 해야겠다,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지에 불현듯 결심하게 되었다. 순서는 얼렁뚱땅이지만 무슨 일을 할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고민한다. 나는 혼자든 함께든 계속 글을 쓸 것이고 글로 할 수 있는 일은 만들어서라도 하고 싶다. 어쩌면 처음 본 사람과도 함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고 작은 책을 만드는 것도 좋고 글로만 이루어진 전시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평범한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낸 경험이 나를 크게 바꾸었기에 이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게 함께 하고 싶다. 사실 우리 모두는 특별하다는 것도 공유하고 싶다. 그러다 욕구가 쌓이면 책을 만드는 것까지 상상해 본다. 그렇게 점점 개인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드러나면 좋겠다. 우리는 고유한 존재이고 대체될 수 없음을 자연히 느끼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런 식으로 사업자를 내는 사람이 있을까. 우선 해봐야지. 뭐든 어떻게든 어디로든 흘러갈 거라고 믿는다. 의미 없는 일은 없을 것이고 나는 이걸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업종은 출판사로 해야지!
1인 출판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출판사는 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라고 한다. 출판사를 만들려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구청에 가서 신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에서 이것만은 마음만으로도 만들 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신청서에는 사무실 주소와 출판사 이름이 필요하다. 사무실은 집으로 해도 된다니 걱정을 한시름 덜었지만, 상호가 겹치면 안 된다니 어렵다. 출판사/인쇄사 검색시스템에서 한참을 검색해 본다. 처음에는 의미를 담긴 단어들을 검색했다. 이름을 딴 '다정한', '다정다감', '유달리' 등은 역시나 있었고, '쓰다', '적다', '페이지', '종이', '사각사각' 글과 책과 관련된 단어, 동사, 형용사들도 이미 있다. 심지어 '코끼리', '배꼽'도 있었다. 점점 더 어렵다. 과연 나는 어떤 상호명을 짓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