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헤매는 용기

어디 사는지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해요 /이샘 님 (야우출책 대표)

by 다정

25년 봄, 초량 이바구길에 ‘야우출책(夜友出冊; 낮부터 밤까지 벗과 함께 책에 빠져드는 곳)’이 문을 열었다. 책만큼 책방도 좋아하기에 늘 반기고 응원하지만, 야우출책은 책방지기인 이샘 님과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 더 반가웠다. 23년도에 글쓰기 강사와 참여자로 처음 만났고, 그다음 해에는 마우스북페어에서 창작자 동료로 만났다. 작가 아이엘로 나온 이샘 님은 곧 책방을 차릴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참여자에서 작가로 그리고 책방지기로 변신한다는 소식은 꽤 놀라웠다. 더하여 책방은 나에게 꿈인 공간이었기에 과연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꾸려갈지 더욱 관심이 갔다.


시작부터 지켜봤지만 야우출책은 신기하게도 새로 생긴 공간 같지 않았다. 내내 이바구길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동네에 녹아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동네 어르신들, 창작자와 아이들까지 야우출책에 모였다. 그 모습을 포착한 사진과 글에서 야우출책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모두를 따뜻하게 환영하는 공간이었고, 이 샘님은 모두와 친구가 되었다. 일상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이샘 님의 시선을 따라가 보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책방의 시작에 대해 질문하니 사실 책방은 어머니의 꿈이었다고 한다. 이샘 님의 오랜 꿈은 스타일리스트였다. 하고 싶은 대로 남을 꾸며주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고 사람들에게 치이는 일이 더 많아 결국 그만뒀다. 부산으로 돌아와 카페를 차렸지만 여전히 사람이 어려웠고 손님이 오기 전에 카운터 밑으로 도망친 적도 있다. 이후 캔들 조향사, 바텐더, 제빵사를 거쳐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했다. 다양한 교육을 들으며 청년을 위한 지원 사업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후 청년 마을이 있는 홍성, 진천, 충주, 의령으로 떠났다. 다양한 지역에서 머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어디 사는지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사람, 남들이 정한 틀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스스로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달살이로 머무는 의령에 이대로 정착해도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부산에서 청년 창업가 모집 공고문을 보았다. 그렇게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야우출책’을 열게 되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겁 없이 헤맨 덕일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해하기 때문일까? 전과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무섭다고 생각했던 동네 어르신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언어가 다른 외국인과도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한참을 대화할 수 있다. 이제는 무슨 이야기든 들어줄 수 있으니, 누구나 왔으면 좋겠다.


야우출책에서는 힘들었을 때 도움받았던 것들을 계속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힘들 때 답을 구하듯 읽었던 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작년에는 오일테라피, 글쓰기, 명상 등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참여자뿐만 아니라 나도 치유받았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이 나누기 위해 요가와 사운드 배스도 배울 예정이다. 책방을 차리기 전에는 막연하게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상상했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그러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도 안다. 많은 일들 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작게라도 조금씩이라도 실현하면 된다. 올해는 ‘수상한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은 일, 책방에서 하지 않을 것 같은 프로그램도 기꺼이 해볼 생각이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에 야우출책은 언제나 환대받는 동네 사랑방이자 고민이 생기면 오고 싶은 나만의 상담소 그리고 일상에서 잠시 도망칠 때 찾는 쉼터로 그려졌다. 요즘 이샘 님의 가장 큰 고민이 야우출책의 정체성이라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내 머릿속에서 야우출책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짧은 인터뷰로도 이러한데, 야우출책에서 나누고 싶은 마음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지금처럼 손님들이 먼저 야우출책에 대해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시간이 흘러 이샘님이 바라는 것처럼 초량의 터줏대감이 되었을 때 야우출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그날까지 야우출책과 함께 우리는 겁 없이 헤매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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