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일밖에 없어요 / 서락원 님 (허거스 대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하는 수제 맥줏집이 있다. 여기서는 맥주만 판매하지 않는다. 기부를 위한 경매, 공연, 함께 멍때리기 등 재미있는 일들이 열린다. 동네 주민들은 이곳의 매력을 금방 눈치채고 단골이 되었다. 어르신과 외국인도 자유롭게 오가고 동네 아이의 연애 고민도 함께 나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만나고 교류하는 모습이 꼭 ‘제 3의 장소’ 같다. 집과 일터가 아닌 제 3의 장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 장소는 바로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허거스(HUGUS)’이다. 허거스를 운영하는 3명의 대표 중 매달 독서 모임에서 만나 살고 싶은 동네에 관해 즐거운 상상을 나누는 서락원 대표와 인터뷰했다.
서락원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본인이 가장 빛나는 공간에 술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양조를 배우기로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경기도 일산, 전북 순창, 경기도 군포, 강원도 춘천까지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맥주 산업 전반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고, 두 사람과 함께 부산으로 이주해 왔다. 2024년 5월 말 “우리의 공간에서, 우리가 만든 맥주로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다”라는 뜻의 허거스가 문을 열었다.
세 명이 한 가게를 함께 운영하다 보니 손발을 맞추기 위해 역할이 나누어졌다. 둘째 대표는 양조를 맡았다. 로컬 재료를 탐색하고 업체와 연락해 허거스만의 맥주를 기획한다. 셋째 대표는 매장 전반을 관리한다. 맥주 라인업 구상과 메뉴 개발 그리고 공연과 기부를 위한 경매 등 이벤트를 주도한다. 첫째인 락원 대표는 외부 활동을 맡았다. 지원사업에 관한 서류를 쓰고 외부 인터뷰를 하며 가격 설정과 매출 정리 등으로 매장을 지원한다. 자연스레 역할이 나뉘었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자문하게 되었다. 예술가처럼 양조를 파고드는 양조사도 아니고 사업에만 몰두하는 대표도 아니었다. 고민 끝에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답을 내렸다. 양조사와 대표, 두 역할 사이에서 수제 맥주를 친근하게 설명하고, 허거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꿈꾸는 미래는 선명하다. 수제 맥주의 대중화. 전국 단위로 양조하는 본부 양조장, 지역 거점이 되는 로컬 커뮤니티 양조장, 동네 주민들과 만나는 작은 수제 맥줏집을 그린다. 로컬 커뮤니티 양조장은 지역 거점 그 이상의 공간이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맥주를 만들고 지역 인재를 채용하며, 지역 주민들이 모이고 교류한다. 이를 위해 ‘특별하지만 어렵지 않은’을 기준에 둔다. 지역만의 특별한 맥주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동네를 그리며, 무겁고 어려운 것들을 덜어내고 있다.
지역, 청년, 커뮤니티. 8평의 작은 수제 맥줏집에서 현재 화두인 사회문제를 품게 된 이유는 수제 맥주로부터 시작된다. 수제 맥주는 원하는 재료를 넣으면 원하는 맥주가 나오는 찰흙 지점토 같은 성질이 있다. 처음에는 큰 고민 없이 깻잎과 표고버섯 등 부산에서 나는 재료로 맥주를 만들었는데 이를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겼다. 그다음부터는 부산에서 나는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주변 가게와도 협업했다. 점차 허거스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더 큰 응원이 돌아왔다. 이 관심에 힘입어 지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되었다. 오픈 6개월 만에 ‘지역 소멸에 대응하는 맥주회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락원 대표의 이야기를 따라오니 ‘수제 맥주의 대중화’, ‘지역 소멸에 대응하는 맥주회사’라는 담대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허거스와 꼭 맞게 느껴진다. 살고 싶은 동네를 직접 만들어가니 동네 이웃들이 단골이 되고, 받은 만큼 돌려주기를 고민하는 팀이기에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게 된다. 올해는 오프라인 공간이나 팀의 확장 등 조금 더 커진 허거스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지역 주민의 사랑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있기에 언젠가 우리 동네에 생길 허거스 N호점이 분명하게 보인다. 덕분에 지금 나는 어디에 마음을 두고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허거스 HUGUS
위치: 부산 수영구 광남로48번길 49 1층 허거스
운영시간: 매일 14:00-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