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사사록 思私錄 26 무한도전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

by 동닙


MBC에서 2006년 5월 6일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총 563부작으로 방영된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의 틀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낸 하나의 현상이었다. 당시 김태호 피디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를 중심으로, 중도 하차한 원년 멤버 노홍철과 정형돈, 그리고 교체 멤버로 활약한 길, 전진, 양세형, 박광희 등이 만들어간 주말 버라이어티 예능이었다.


그중에서도 2016년 12월 방영된 ‘역사X힙합 프로젝트 – 위대한 유산’은 특별하고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매회 도전과 웃음, 사회 풍자와 은유를 담아내던 무한도전이 ‘역사와 힙합’을 결합한 것이다. 그 시도는 파격이었고, 동시에 대중예술이 시대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결과물이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역사 예능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와 힙합, 그리고 대중음악을 함께 선보인 예능은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무한도전은 자체 예능을 통해 많은 노래를 만들고 음원을 등록했으며, 프로그램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항상 음원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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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도끼·이하이가 선보인 곡은 독립운동가들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담아냈다. 하하와 송민호는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의 용기를 현대적인 리듬으로 재구성했고, 비와이와 양세형은 안중근 의사의 저항과 결의를 웅장한 사운드로 되살렸다. 개코와 황광희가 보여준 랩은 윤동주의 고뇌와 서정을 동시에 품었고, 박명수와 딘딘은 유쾌한 에너지 속에 독도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마지막으로 지코와 정준하의 랩은 세종을 알아가는 여정을 표현한 곡이었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 사건의 기록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삶이 응축된 시간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유산’의 여섯 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음악이 들려주는 새로운 방식의 제시였다. 이 새로운 제시가 이 프로젝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예능의 문법 안에서 교과서적인 접근이 아닌, 대중예술의 언어로 역사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위대한 유산’이 방영되기 이전에도 사회적 풍자나 비판을 담은 곡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근대사를 본격적으로 노래한 현대 힙합 곡은 여전히 많지 않다.

상업적 한계와 논란에 대한 두려움, 정치적 비난, 그리고 세계 시장을 의식한 신중함 등이 그 이유일 것이다.

MC스나이퍼는 전태일 열사와 노동 현실을 랩으로 담았고, 허니패밀리는 위안부 문제를 가사로 표현했다. 팔로알토의 ‘거북선’, 프로젝트 앨범에 수록된 조광일의 ‘만세(독립군가)’ 역시 그 흐름을 잇는다.

‘위대한 유산’은 이러한 역사 힙합의 맥락을 방송의 중심 무대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작품이었다. 예능과 대중예술, 그리고 역사는 만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도전이었다.

‘위대한 유산’이 청년 세대에게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역사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힙합의 비트와 플로우는 현재의 언어였고, 그 안에서 독립운동과 민주정신, 저항의 의미가 새롭게 탄생했다.

교과서에서 시험때문에 외웠던 이름들이 비로소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던 것이다.

지식을 강요하지 않고도 마음에 남고 입안에서 맴도는 것, 그것이 바로 대중예술의 방식이며 힘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들은 어린 시절 ‘100명의 위인들’을 부르며 자랐다. 그 단순한 노래 안에는 나라의 역사와 영웅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들이 그 가사를 여전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노래는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역사는 기록이고, 힙합은 자유와 저항을 표현한다.

이 둘이 만날 때 탄생하는 울림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다.

무한도전이 남긴 ‘위대한 유산’ 편은 흔한 예능의 한 회차가 아니라, 한국 대중예술이 만들어낸 가장 젊고 진보적인 역사교육이었다.

이제 그 역사를 이어 쓰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 그것이 바로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과제이다. 앞으로 더 많은 예술가들이 역사를 통해 아픔과 희망,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을 각자의 언어로 표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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