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만 보던 시대에서 성품을 다시 말하는 시대로 회귀

사사록 思私錄 25 일은 가르칠 수 있지만 성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by 동닙

내가 2, 30대였을 때, 2000년대에 흔히 하던 말이 있었다.

“일만 잘하면 싸가지 없어도 된다”는 인식이었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실제 당시의 분위기 였다.

성과가 좋으면 태도는 눈감아주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지각을 매일해도, 상사에게 농담인 듯 무시해도 그러려니 넘어가는 일이 아주 허다했다.


일을 못하지만 착한 사람과, 일을 잘하지만 무례한 사람 중 누구를 남기겠느냐는 선택도 자주 등장했다.

조직은 당연히 일을 잘하는 사람을 택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게 당시 퍼져있는 결과주의였다.

겉으로는 성과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겪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일을 잘하는데 성깔이 별로인 사람은 단기간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문제 해결 속도도 빨랐고 결과물도 분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 균열이 생긴다.


동료들이 지치기 시작했고,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팀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 반복되었다. 있어야할 자리에 없었다. 결국 그 사람이 만든 성과보다 그 사람이 만든 상처가 더 오래 남는 것이 현실이었다.


반대로 일을 잘하지 못하지만 성품이 단단한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속도가 느렸고 실수도 잦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지적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랐다. 혼을 내면 반성했고, 얼르고 달래면 다시 시도했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돕는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같이 했고,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나아졌다. 어느 순간에는 맡길 수 있는 일이 생겼고, 결국 팀 안에서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일을 배우는 속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태도는 협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그때 분명히 보았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한국은 그렇게 보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이 있었다.

일은 가르칠 수 있지만 성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술은 반복으로 익히고 경험으로 보완할 수 있다. 업무 능력은 매뉴얼과 교육으로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책임을 받아들이는 마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는 단기간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사람의 오래된 습관과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역이었다.

요즘 다시 성품과 인성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성과 중심’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이 정당화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조직이 오래 가려면 결과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무너지면 결국 성과도 무너진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다시 각성한 듯 하다.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착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다. 물론 착한데 결과도 좋으면 금상첨화지만 둘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성품이다.


여기서 착함은 무조건 참고 허허 하는 걸 말하는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존중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실수를 하더라도 고칠 가능성이 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조직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혼도 내고, 얼르고 달래면 어느 정도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는 반복 속에서 익숙해졌고, 결국 그룹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다. 반대로 성품이 무너진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주변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와왕 보인다. 그 피해는 확 보이지 않지만, 조직 안에서는 분명히 보인다.


지금 다시 성품을 말하는 흐름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고 본다.

성과와 성품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성품이 성과를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토대가 된다.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성품을 포기하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

성품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생기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긴시간 다듬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착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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