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엄마라고...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지만, 과연? 부모라서 자식이니까 허용되는 한계치는 어디쯤일까. 혼자 살아갈 힘이 없는 어린 자녀에게 부모는 작은 우주와 같다. 설령 그릇된 방식으로 양육하더라도 때때로 그가 보이는 '사랑'에 매달리고 갈구할 수밖에 없는 절대 약자다.
<엔젤페이스>에는 나약하고 무책임한 엄마가 등장한다. 알코울 중독에 파티걸인 이 엄마는 나이에 비해 야무진 어린 딸을 향해 목숨처럼 사랑한다고, 그 어느 것도 모녀 사이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수시로 얘기한다. 엄마 바라기인 소녀는 엄마를 위해,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서 복지 감독관에게 거짓말하지만, 이 성숙하지 못한 엄마는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어린 딸을 화장하고 파티에 데려가 아슬아슬한 성인의 공간에 아이를 무방비로 노출시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엄마의 부재로 방치당한 소녀는 자신만의 살 방법을 찾기 시작, 본능적으로 자기를 지켜줄 어른에게 손을 내밀며 엄마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엔젤페이스>를 지켜보며 마음이 심란한 어린 소녀가 술을 마시거나 성인 남성의 시선에 노출되는 모습 등 극 중 묘사된 상황 외에도 그 이상의 어떤 나쁜 일을 자꾸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야기 속 소녀가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소녀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된다.

부모의 자격과 방치당한 아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사진작가 출신인 바네사 필로 감독은 <엔젤페이스>를 어둡고 우울하게 그리지 않는다. 현란한 파티 조명과 화려한 의상과 화장 그리고 바다 근처에 위치한 주거 공간 등 전체적으로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이에 어울리는 음악을 활용해 유사 소재의 여타작품과 차별화된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다.
환한 금발과 글리터 메이크업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인 마리옹 꼬띠아르의 난잡한 엄마 역할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건 딸 ‘엘리’를 연기한 아역 배우 에일린 악소이 에테다. 희로애락이 담긴 처연한 눈빛으로 관객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