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봤어야 했다...
정해진 시간에 무전을 치고, 바닥에 SOS 글자를 새기고, 송어를 잡아 식량을 비축하는 등 북극 한가운데 홀로 살아내는 한 남자(매즈 미켈슨). 침착하고 치밀하고 흔들림 없는, 강한 생존 본능을 장착한 모습에 평생이라도 혼자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아이슬란드 100% 올로케이션에 단 20일 만의 촬영으로 완성한 <아틱>은 보이는 것이라곤 눈밖에 없는 광활한 북극을 배경으로 한 생존 드라마로 원맨쇼의 진수를 보인다. 남자와 북극곰 그리고 부상당한 여자(마리아 셀마 사라도티르)가 등장 인물의 전부로 인물과 대사와 서사 모두 미니멀리즘의 절정이다. 특히 영화 시작 후 15분가량 짧은 중얼거림 외에는 어떤 대사도 없는데, 혹시 지루하고 심심하지 않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극 중 남자가 경험하는 혹한과 절망감의 차가운 냉기가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보고 있는 것만도 저절로 오싹해지고, 어떤 장황한 설명과 작위적인 설정 없이도 스크린에서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높다.

특히, 식량과 불의 사용 등 냉정하게 계산하고 안배하며 살던, 감정의 기복이나 동요없이 보이던 남자가 부상당한 여자를 만난 후 그 온기에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에서 형용할 수 없는 조용한 감정의 북받침을 느끼게 된다. 매즈 미켈슨은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북극 속 홀로 서 있는 남자를 특유의 외로움과 시니컬한 인상으로 완벽하게 소화한다.
87년생인 젊은 조 페나 감독이 기획 각본 연출을 도맡았는데, 브라질 출신으로 따뜻한 기후에 익숙한 덕분에 추운 날씨 촬영에 특히 고생했다고. 또, 극 중 등장하는 북극곰은 훈련된 곰인 덕분에 애교만점에 순해서 사납게 포효하는 모습을 찍는데 애먹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