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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Aug 11. 2023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을까?

누구나 마음속에 쓰고 싶은 글이 있을 것 같다. 나도 쓰는 걸 좋아해서 지금까지 일기, 블로그, 브런치, 소설을 썼다. 일기는 나 혼자 쓰는 거니까 피드백이 없었고 블로그는 이웃이 몇 명 안 되고 브런치도 쓰는 둥 마는 둥, 소설은 문창과에서 배웠으니 뭘 배운 것 같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요.'가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다. 블로그에서는 문장이 좋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기는 한다. 

그럼 나는 뭘 써야 할까?

나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좋아했다. 특히 두꺼운 고전 문학을 좋아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그 깊은 의미와 흥미진진한 전개에 푹 빠져 며칠을 지냈다. 우리나라 현대 소설도 주변의 권유와 학교에서 과제로 내줘서 읽기는 했지만 뭔가 자의식 과잉이라는 느낌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자의식 과잉은 나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데도 내 자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참 큰일이다. 

그래서 하지만 소설을 쓸 수도 있겠다는 벅찬 설렘으로 문창과에 들어가서 기세 좋게 자판을 두드렸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읭?'이였다. 나는 좀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구조가 엉성한 글을 썼던 것 같다. 선생님은 작가로서 발견이 있어야죠, 라고 했고 문장이 서로 ㅁ연결되어야 한다고 했고 진심을 드러내라고 한 것 같다. 그게 뭘까? 나는 그냥 한 사람이고 내 환경에 맞춰서 작고 일어나고 돈벌고 아이들 키우고 가족들이랑 부대끼고 좋았다 싫었다 하면서 산다. 남은 어떻고 저떻고 판단도 많이 하면서. 그런 내 삶에 무슨 진실이 있을까? 이런 내 머리에 무슨 진실이 있을까? 

끾해봐야 규칙적으로 살면 몸이 편하다, 글을 끄적거리면 마음이 편하다... 아닐지. 

하지만 뭔가를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다. 글을 써서 돈도 벌면 좋겠다. 작은 돈이라도 좋고 큰돈이면 더 좋지만 문제가 생길만큼 큰 돈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문제가 생기면 돈줄이 끊어질 테니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럼 어떤 사람인데? 마음도 넓고 못하는 게 없고 남한테 대단하다는 칭찬만 듣는 사람일까?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고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내가 실제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 착각부터 버리고 싶다. 


그리고 어떤 글이든 꾸준하게 써서 뭔가를 짓고 싶다. 그렇게 내 마음에 드는, 나 같은, 얼핏 보면 잘 안 보여도 가만히 보면 좋은 구석이 꽤 많은 집을 짓고 싶다.


남편이 부분 세탁해서 건조대에 널어놓은 딸아이 티셔츠, 빌라마다 있는 빗물통에 우두두두 비 떨어지는 소리, 꽤 굵은 전깃줄, 그린 하늘 너머로 손가락 길이만큼 보이는 산 능선 이런 게 내 주변에 있다. 

진실은 지금에 있다고 하는데. 내 진실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닐텐데 왜 난 그 진실을 표현하지 못하나. 진심이라는 게 그렇게 징하고 눈물나고 집중할 수 있으려면 배경이 지금하고 달라야 하는 것 같은데 이건 내 착각인가? 그렇게 극적으로 살지 않는 도시 현대인에게 그런 전율할 진실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지. 이런 게 바로 self doubt인가? 


암튼 나도 뭔가 쓰고 싶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연셜이든 구라든 허황된 잡소리든 뭔가 몰두하고 몰두하게하고 싶다. 

뭐, 지금은 그게 내 진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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