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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오 Sep 11. 2017

간편 결제는 만능 치트키가 아니다

마찰 없는 결제를 위한 협력의 필요성

간편 결제 서비스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신용 카드의 사용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카드의 1/40) 휴대의 간편함과 보안성으로 인해 분명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매장의 단말기가 서비스를 지원하기만 한다면 사용성을 해치는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 단말기의 위치나 휴대폰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 꺼려지는 점 정도일까요?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고객이 물건을 최종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많은 산을 넘어야 합니다. 아무리 간편 결제 서비스를 편하게 만들려고 발버둥 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원인은 간편 결제가 전체 결제의 흐름 중 일부인 '결제'만을 책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결제 수단을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가격비교 서비스와 쇼핑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불편함들이 발생합니다.


결제 쪽에서는 이러한 불편 요소들을 Friction(빡침마찰)이라고 합니다. Frictionless design(마찰 없는 디자인)을 통해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매끄럽게 끝나는 것을 최대의 과제로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결제 분야의 UX 디자이너이자 깊은 빡침불편함을 경험했던 사용자로서 제거되었으면 하는 결제 과정의 마찰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물건 고르기

어린이날을 앞둔 어느 날, 신애 씨는 6살짜리 아들이 노래를 불러왔던 카봇을 주문하기로 하고 검색을 합니다. 예상했듯이 수많은 이름 모를 카봇들이 검색 결과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휴... 귀찮아.
어제 TV에서 봤던 '프라우드 제트'고르고...
최저가 사러 가기 눌러보자.
지마켓이 제일 싼 가봐~
잘 됐다. 지난번에 쌓아둔 적립금도 써야지~
엇... 품절이잖아? 이런 건 왜 검색되는 거야?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품절'

검색 결과 하나에 여러 개의 상품 옵션이 존재하는 경우인데요. 많은 분들이 이 꼼수 때문에 주먹을 불끈 쥔 경험을 갖고 계실 겁니다. 이것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마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G마켓에서는 검색 결과 하나 당 상품 하나만 존재하도록 꼼수를 없앤다고 발표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변화인데 아직 반영은 안되었네요. 기대가 됩니다.


가격을 비교하기

2개월 된 아이를 둔 초보 아빠 영민 씨는 기저귀를 사라는 아내의 미션을 받고 즐겨 쓰는 쿠팡에서 검색을 했습니다. '2단계 기저귀'로 검색을 해서 국내 브랜드로 범위를 좁혀 가격 비교를 합니다.

하기스로 사기로 하고...
단위 가격을 좀 써 놓으면 안 되나?
3팩이 2팩보다 한 팩당 겨우 40원 싸네.
나중에 또 살 거 생각하면 배송료 생각하면 3팩 사는 게 나으려나? 아.. 모르겠다.

오프라인 상점의 경우 의무적으로 단위 가격을 표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의 경우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기저귀와 같은 생필품의 경우 가격이 가장 큰 구매요인이기 때문에  단위 가격을 표시해준다면 소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텐데요. 


카드 할인 가격도 혼란을 야기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싼 금액이어서 쇼핑몰로 이동해봤더니 특정 카드로 결제했을 때의 가격인 경우도 있습니다.

네이버 단위 가격 비교 화면

네이버의 경우는 단위 가격 순 최저가나 카드 할인가 비교를 제공하는데요. 이는 가격비교 과정에서의 '마찰'을 줄이는 좋은 사례입니다.


결제 수단을 선택하기

네이버 페이가 지난 8/30에 녹색 소비자 연대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 지적 중 제가 공감했던 내용은 'N페이 구매하기 버튼만 구매 페이지에 제공되어 다른 결제 수단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내용입니다.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이해가 쉬울 텐데요. 쿠팡이나 11번가 등도 자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강조하긴 했지만 네이버처럼 다른 구매 버튼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좌측부터 네이버, 11번가, 쿠팡. 네이버는 일반 구매 버튼이 없음.


그리고, 네이버에서 다른 간편 결제를 사용하거나 일반 결제를 사용하려면 아래로 쭉- 스크롤을 한 다음에, 결제 수단 변경을 눌러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일반 결제를 눌러 카드를 선택한 다음에 이동하는 카드사 간편 결제 창에서 페이 코나 삼성 페이 등을 선택해야 합니다.

네이버에서 쇼핑을 할 때에 다른 간편결제는 이렇게 숨어 있게 됩니다.

네이버에서 이러한 방식에 사용자들의 불만이 있을지 몰랐을까요? 알고도 진행했을 겁니다. 이익이 되니까요. UX담당자가 한마디 했겠지만 '우리가 자선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일반 결제를 넣어주느냐?'라는 비판에 소리없이 사라졌을 겁니다.


제가 즐겨 찾는 yes24의 구매 페이지입니다. 카드 결제, 계좌 이체 뿐 아니라 각종 간편 결제 서비스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선호하는 서비스가 없는 사용자의 경우에는 이 중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에 가입해 긴 시간을 들여 개인정보와 결제정보를 제공합니다.

 

yes24의 구매 페이지


경쟁 = 소비자의 이익?

시장 경제에서 경쟁은 좋은 것이고, 업체 간의 경쟁은 상품의 질 향상과 가격의 저하로 곧 소비자의 이익이 된다고 배워 왔습니다. 그런데 그 경쟁이 오히려 소비자의 주의를 흐리고 불필요한 시간을 쏟게 한다면 어떨까요? 그래도 그 경쟁이 좋은 것일까요?


간편 결제 서비스가 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가격 비교 서비스와 쇼핑몰에서도 위의 현상이 결제 단계에서 마찰로 작용하고 이는 곧 구매의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자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빡침없는마찰 없는 결제를 디자인하기 위해 할 일을 다시 정리해봅니다.


1. 상품의 옵션에 다른 상품을 끼워 팔지 않기

2. 가격은 소비자가 보기 좋게 단순하고 명확하게 표시하기

3. 자사의 옵션은 강조하되 소비자에게 선택의 권리는 남겨두기


이 글은 자칫 비즈니스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용자만 고려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카카오 뱅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용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며, 이를 통해 수익의 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스웨덴의 결제 서비스 klarna의 슬로건인 'smooth' 를 나타내는 영상을 소개드립니다. 이렇게 매끄러운 결제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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