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바깥에 서서

#9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본다는 것

by 호우





9화.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본다는 것



출근길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사람들은 한 방향으로 서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규칙을 알고 있었다.

한 손에는 휴대폰, 다른 한 손에는 커피.

표정은 비슷했고,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

공장의 트레일 위를 지나가는 물건들에 더 가까운 건 아닐까.


에스컬레이터는 각자의 층에서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정해진 높이에서, 정해진 속도로.

우리는 흩어졌지만, 그 방식은 너무도 질서 정연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것처럼.


나도 그 안에 서 있었다.

같은 자세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 역시 질문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하루를 살기보다 보기 시작했다.

언제 화가 나는지,

언제 불안해지는지,

그리고 언제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움직이는지를.


바깥에 선다는 것은

이 세계를 떠나는 일이 아니었다.

아직 나는 이 안에 있고, 여전히 출근을 한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장면을 더 이상 자연스럽게 넘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계처럼 움직인다고 느꼈던 그 아침,

나는 나 자신도 그 기계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틈이 생겼다.

반응하기 전, 한 번 더 바라보는 틈.


나는 지금 안도, 밖도 아닌 어딘가에 서 있다.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어디에 서 있는지는 알게 된 사람으로.

이 시뮬레이션 안을,

그리고 그 바깥을 향한 감각을 함께 지닌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