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보기 시작한 삶
10화. 보기 시작한 삶
보기를 시작했다고 해서
세상이 조용해지지는 않는다.
매장은 여전히 시끄럽고,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바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소음 속으로 들어가는 나의 태도다.
가족 단위로 손님이 들어오면 공기가 금세 복잡해진다.
아이 하나의 옷을 고르기 위해
여러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움직인다.
사이즈를 말하는 사람, 색을 고르는 사람,
가격을 따지는 사람과 취향을 주장하는 사람이 뒤섞인다.
모두 열심히지만, 아무도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그 장면 앞에서 늘 속이 울렁거렸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왜 이렇게 피곤한 방식으로 결정을 할까.
그 질문들은 나를 자꾸 그 안으로 끌어당겼다.
이해하려다 지치고, 공감하려다 더 피로해졌다.
그래서 한때는 무심해지려고 애썼다.
보지 않으려고, 듣지 않으려고.
귀를 닫고, 눈을 감고, 말수를 줄였다.
그렇게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몸은 늘 먼저 반응했다.
피로는 줄지 않았고, 속은 더 자주 울렁거렸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보긴 본다.
다만 거리를 두고 본다.
그 장면을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해석하려 하지도 않는다.
‘아,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구나’ 하고
한 발 뒤에서 바라본다.
거리를 둔다고 해서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여전히 피곤한 날이 많고,
몸은 예전처럼 반응한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피로가 나를 삼키기 전에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기 시작한 삶은
무감각해지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느끼되,
그 모든 것을 내 안으로 들이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삶이다.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
나는 여전히 이 안에 있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소음 속을 지나간다.
다만 이제는
모든 장면에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것이
내가 보기를 시작한 이후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