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여전히 자주 흔들리는 날들
11화. 여전히 자주 흔들리는 날들
여전히 흐린 하늘.
무거운 발걸음.
움츠린 어깨와 굳은 목, 아픈 허리를 느끼며 출근길을 오른다.
백화점 출입증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가 가야 할 자리로 사라진다.
긴 호흡을 한 번 내쉰 뒤,
하루의 루틴이 시작된다.
아주 익숙하게.
오늘은 적당한 거리감을 잘 조절해 보자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다.
잘 될까.
당연히 잘 안 된다.
익숙한 상황들이 흘러가고,
매번 비슷한 유형의 고객들이 다녀간다.
그 와중에 꼭,
튀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여과 없이
속이 울렁거린다.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도
거리 두기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건 마음을 먹는다고
항상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제야 알게 된다.
거리 두기는 기술이 아니라 연습이라는 걸.
한 번 배웠다고 몸에 남는 게 아니라,
매번 다시 선택해야 하는 태도라는 걸.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자주 흔들리고,
몸은 먼저 반응한다.
그래도 예전처럼
눈을 감거나 도망치지는 않는다.
오늘도 나는
연습 중인 상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