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눈을 뜬 채 남아 있기
12화. 눈을 뜬 채 남아 있기
늘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달라진 것은 특별히 없다.
여전히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시스템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다만 예전의 의식의 층위에서
조금 벗어나기 시작한 시선 정도가 남아 있다.
굳어져만 가는 생각들이
나를 이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만들 때,
나는 겨우 한 움큼 휘어잡은 풀을 붙들고 있었다.
어디 멀리 도망친 것도 아니고,
새로운 세계로 건너간 것도 아니다.
그저 시선을 옮겼을 뿐이다.
바닥을, 숨을,
아직 내가 나로 남아 있는 지점을 향해.
바깥에 선다는 것은
떠나는 일이 아니었다.
눈을 뜬 채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일이었다.
나는 이 시스템을 부수지도,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한다.
다만 더 이상
나를 잃지는 않으려 한다.
그것으로
지금의 나는 충분하다.
에필로그
연재는
닫힌 책이 아니라
잠시 접어 둔 노트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안에 있고,
가끔 바깥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