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ㅡ맛

글-맛: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사사키 겐이치)

2019.04.19 / (주)뮤진트리

by grim jari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김영하 북클럽의 이번 4월 책은 사사키 겐이치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였다.

책 표지만 봐선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펼쳐보기 전엔 모르는 법이니 주문해 읽었다.


일본 국어사전의 유명한 편찬가 2명의 '말'에 대한 다른 신념과, '말'에 의해 생긴 오해로 서로 방향이 달라진 이유 등이 전반적인 내용이다. 김영하 작가 의견대로 초반 내용은 흥미롭지 않았는데, 중반을 넘으면 '말'에 대한 갖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있어 재밌었다.

새로운단어를찾습니다 사사키겐이치 책리뷰 독서일기 김영하의북클럽.JPG


"사전에 사로잡힌 거지요. 말에 사로잡힌 걸 겁니다. 자신이 모르는 말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삶의 태도 말이에요."
-p189

사전을 만드는 겐보 선생은, 사전에 다 실리지 않은 말까지 수집해 대량의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의 명칭을 '용례'라고 하는데, 지금쯤 일본 사전계의 큰 재산이 아닐까 싶다. 다독가와는 다른 결의 집착이다. 그것이 삶의 태도였다면 겐보 선생의 삶은 온통 '말'로 가득 찼을 것 같다. 말을 섭렵하지 않으면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는 신념이 그를 살아가게 한걸 지도.



일반적으로 '말'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편리한 것이라 여겨지고 있지만 야마다는 '말'에 의해 커뮤니케이션이 방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야마다는 '말'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 말에는 '표면'적인 의미와 동시에 '이면'에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그 '이면'의 의미를 숨기지 않고 지적할 수 있다면, 이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무척 기쁜 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겁니다.-
'말'의 '표면'과 '이면'의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전달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진 우리 인간에게 진실로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야마다는 이렇게 생각했다.
-p276

말은 확실히 두 가지 측면이 있지만, 그건 말의 탓이 아닌 것 같다. 같은 단어라도 서로 약간씩 다르게 인식하고 내뱉는 '사람'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방해받는 게 아닐까. 이면의 숨겨진 의미 또한 사람이 갖는 마음일 테니. 분명하게 밝힐 수 없는 말을 소통의 도구로 쓰는 인간들의 숙명은 끊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새로운단어를찾습니다 사사키겐이치 책리뷰 독서일기 김영하의북클럽1.JPG


겐보는 말의 본질을 '변화'라고 파악했다. 말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아름다운 일본어를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훨씬 신중하고 너그럽게 말과 대면하는 강인한 지력의 소유자였다.
-p289

특히 말은 연령에 따른 변화가 제일 먼저 보인다. 우리나라만 해도, 줄임말과 신조어가 금세 나오고 사전에도 기록되니 말이다.

음, 내재돼있는 꼰대 근성 때문인지 나는 말을 분명하게 하는 걸 선호한다. 그렇다고 매번 발음하기 번거로운 긴 단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꼭 읽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야마다 선생의 신념대로 말은 언제나 이면이 존재하니, 말 길이대로 뜻도 생략돼 커뮤니케이션의 잡음을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말을 가진 인간은 자신의 심적 세계도 말로 분석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을 낳고 키웠다. 마음을 가짐으로써 자아가 싹트고 자존심이나 허영심, 시의심도 가졌다. 도덕심을 갖고 타인과 협력하게 되었지만, 타인에게 거짓말도 하게 되었다. 고뇌나 갈등도 안게 되었다.
-p382

말로 마음을 낳았다는 표현이 인상적이고 하물며 거짓말도 말이었구나 싶다. 눈에 안 보이지만 분명한 영향력을 가진 말이 사람을 연결하고 이별시키고, 더 나아가 살고 죽게 하는 도구가 됐나 보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책은 처음에는 사전을 편찬한 두 연구자의 생애 기록인가 하고 읽다가, 그들의 족적을 함께 하다 보면 점점 말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마 김영하의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 제목과 표지였지만, 내용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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