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ㅡ맛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쇼펜하우어)

2023.06.23 / 포레스트 북스

by grim jari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블로그를 둘러보다 마주한 제목에 시선이 확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인생은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기분이 안 좋으면, 인생이 망한 것 마냥 비관적으로 느끼는 건 왜일까. 마치 행복 강박처럼 말이지..



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의 문제고, 내가 존재한다는 건 오직 나만의 문제다. 나는 이 세상에 있고 싶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쓸데없는 말로 그것이 나의 존재라고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 내가 죽고 나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를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낡은 계략에 속지 않을 것이다.
-p23


쇼펜하우어 책은 처음 읽는데,

마치 단호하고도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문장이다.

여지없는 이론이 통쾌하다. 신과 인간의 영역을 이리도 깔끔하게 구분하다니.


오늘날 체면과 명예가 그 사람의 전부인 양 절대적인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이 시대의 인간관계, 혹은 권위와 신분이 편견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은, 내세울 인간성이 직분에서 얻은 명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다.
-p34


내세울 인간성이 명예밖에 없다는 건 비루하다.

권위와 신분은 왜 필요할까...

너는 틀리고 나는 맞기만 한 이론이 가능하긴 한 건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인간성을 중시하여 내세워야 할까.


절망은 우리에게 죽음을 보여준 적이 없다. 끈을 둥글게 말아 목에 걸라고 등을 떠민 적도, 낭떠러지에 올라 뛰어내리라고 가르친 적도 없다. 절망은 우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자 분별 있는 인간, 그래서 상처받은 인간의 침실을 정중하게 노크했을 뿐이다. 다만 지레 겁먹은 우리가 절망을 죽음과 혼동하여 좌절하고 포기했다.
-p42


절망을 타인처럼 나와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다.

그것이 오면 나는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중하게 노크한 건 줄 몰랐네. 아무 짓도 안 할 거라면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는 건데 말이지.




인간은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시대를 초월해야 한다. 현재로 국한된 시제가 전부인 듯 착각하며 살아가기에는 인류가 이룩한 과거의 영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것을 포기하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짧다. 오늘 사랑받고 싶다면 오늘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p89


시대를 초월하는 건 무엇일까.

오늘을 헛되이 보낼까 봐 조급한 마음으로 종종거리며 움직이느라, 배시시 웃으며 쳐다보는 아이의 미소에 눈 맞춤으로 화답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스치는군. 흐.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고집불통으로 변하는 까닭은 강제로 수용된 인식보다 개인의 야만적인 의지가 생의 욕구에 더욱 부합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봄에 온갖 나뭇가지에서 똑같이 초록색 이파리가 나온다고 해서 인간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p137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와 좌절 없이 행복은 우리를 방문하지 않는다. 시련의 눈물 없이 웃음에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아픔을 통해 배우지 않은 모든 것이 거짓이다. 적어도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그러하다. 그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이 아픔이다.
-p181


어쩌면 아픔을 겪어내는 방어기제 중 하나가 야만적인 의지일지도 모르겠다.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방법을 내세워서라도 생의 욕구를 채워야 하는 게 인간이니까..

쇼펜하우어의 화법은 법륜스님 같기도 했다.

날카롭고 직설적이라서 설득력이 강한 느낌.

그래서 삶에 어떤 결정을 앞뒀을 때 읽어도 좋을 내용도 많다.

자신의 생각을 바로 꽂고 다른 경우는 열어두지 않아서

취향 차이가 있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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