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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Jan 05. 2020

아이폰6S로 담은 스위스

Lausanne, Switzerland, 2019

스위스 로잔에서는 열흘을 지냈다.

올림픽의 도시 로잔은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다. 오히려 비싼 스위스 물가를 감안하면 바쁜 일정에 굳이 들를 이유가 없는 곳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잔이라는 낯선 곳에서 좋은 친구를 둔 덕으로 한 해에서 가장 비싼 시기에, 가장 비싼 곳에서 최고의 휴식을 취하고 간다.

여행의 계획이 대중없다 보니 유레일패스 같은 것이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스위스에서는 간단히 움직여도 비용이 상당히 소모되었다. 동네에서 버스를 한 번 타도 4천 원이 훌쩍 넘었으니까.

그래도 스위스라는 지역이 워낙 무공해에 가까운 지역이라 집 앞을 조금만 걸어도 모든 것에 자연이 느껴졌다. 건물 지붕 위로 보이는 설산도 그렇고, 도로 사이사이로는 멀지 않게 제네바 호수와 아름다운 석양이 간간이 보였다.

연말, 연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의 신혼집에 얹혀서 지내는 기간이기 때문에 나 자신도 무언가를 어지러이 하기보다는 가볍게 사진기를 놓고 다니며 휴식과 어울림에 중점을 두기로 한다. 프랑스에서 이미 사진생각에는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기 때문에 조금 쉬어가는 페이지라고 생각하니 낯선 곳을 기록하는 편집적인 성격을 떼어내는 일이 한층 수월했다.

배터리를 2번이나 교체한 오래된 아이폰(6S)으로 간단한 스냅만 찍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 날을 통째로 쉬고 둘째 날부터 한두 장 꺼내어 찍던 것이 점점 카메라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아마 카메라가 바뀌어도 마음의 시선은 그대로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중간에 '아이폰만으로 작업하기'라는 새로운 과제를 스스로에게 주고야 만다.

기기의 발전은 이미 놀라운 수준이다. 특히나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의 경우 자체적으로 이미지를 가공하여 처리하는 것 같다. 빛의 수집과 표현력이 일반적인 기계식 카메라와는 다르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평균적으로 균일한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개인적인 기호와 신념 때문에 HDR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음에도 그렇다.

모자란 듯 아쉬운 부분은 역시 잘 손대지 않는 사진의 후보정 영역으로 손쉽게 처리가 가능했다. 모든 것이 올인원(All-in-One)으로 구닥다리 아이폰 하나로 처리되었다. 신박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씁쓸함도 조금 있었다. 스스로가 시대에 이렇게 뒤처져 있었나? 싶기도 하고.

애초에 사진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장비에 대한 의존을 극도로 싫어한 내 성격과 고집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선과 감정의 문제를 외적인 요소나 내가 아닌 다른 것을 탓하기는 곧 죽어도 자존심이 허락을 못하는 일이다.

솔직히 나도 계조니 암부니, 판형이니 선명도니 하는 문제에 아직까지 초월하지 못하다. 인간인 탓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자신의 마음의 수련이 미진한 탓이기도 하겠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업방식이 더욱 기대하지 않은 깨침과 신선함을 주었다.

주변인에게 가능하면 사진을 권한다. 물론 이리저리 만져볼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그냥 휴대폰 카메라로라도. 하기사, 내가 굳이 이런 말을 안 해도 누군들 그들의 시선이 없겠나.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사진가다. 다만 표현법이 다소 다를 뿐.

반복되는 생각이지만, 바르고 정직하게 표현하고 싶다. 담백함과 대범함이라는 대가적 요소가 군데군데 들어가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고.

정말 역설적이게도 스위스에서의 시선작업을 마무리하고 갈무리하니 새로 나온 최신의 아이폰 XS Max가 사고 싶어졌다.

진심이다. 아, 참으로 모지란 나의 마음이여-

#lausanne
#iphone6s

#photography


Lausanne, Switzerland, 2018 @dalaijames


* All images are photographed and edited on my iPhone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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