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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 May 25. 2024

#9 가슴이 두근거리는 눈매

소설 연재

아침 햇살이 서원을 감싸며 고요하게 퍼졌다. 연못 주변의 연초록 버드나무 가지들이 바람결에 춤을 추듯 일렁인다. 어서 오라는 듯.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현대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언제쯤일까. 그날이······.


“오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야” 서우가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준은 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래, 이번엔 더 깊이 파헤쳐 보자."

두 사람은 그렇게 서원으로 오늘도 향했다.


서원의 도서관에서 두 사람은 한 낯선 젊은 학자를 만났다. 조선시대 사람치고는 키가 엄청 큰 편이었다. 심지어 민준이 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였다. 그는 서우를 보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안녕하시오, 나는 이 서원에서 학자로 근무하고 있소.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오."

서우는 그의 눈빛이 자신에게로만 향한 것을 느꼈다. 민준은 이내 경계심을 드러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시간 이동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습니다···." 서우가 애써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학자는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시간 이동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저도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한 바 있습니다. 함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지요?"


민준은 그 학자가 서우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내심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학자의 안내로 지금껏 가보지 못했던 도서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는 서우에게 특별한 책을 한 권 건네주며 설명했다.


"이 책에는 아주 오래된 기록이 담겨 있지요. 시간 이동에 관한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릅니다."


서우는 책을 받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우의 긴 앞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사되어 맑게 빛나고 있었다.


민준은 이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학자를 심드렁하게 바라보았다. "우리가 필요한 정보는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할듯합니다." 학자는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이유 없이. 제가 계속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서우님께서는 매우 특별해 보이시네요."


민준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 서우는 민준의 변화를 느끼고, 그의 손을 살짝 잡으며 달랬다.

학자는 서우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서우님, 학문적으로도 미적으로도 매우 뛰어나시군요. 이런 분과 함께 연구할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서우는 민준이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느꼈다. 서우는 한 번도 학문적으로 의견을 나눠보지 않았는데 눈하나 깜박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아첨을 하는 그가 뭔가 수상하다고 여겼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민준이와 같이 할 일이 많아서…."


민준은 걱정의 눈빛으로 서우를 바라보며 학자에게 말했다. "저희는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우, 이제 가자." 서우는 민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순간, 민준의 손에서 느껴지는 힘은 서우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학자는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뵙겠습니다."


자료 조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서원의 아름다운 정자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러나 학자는 그들을 아니, 정확히는 서우를 놓치지 않았다.

"서우님, 여기서 이렇게 또 뵙다니 이런 인연이. 이런 걸 운명 같은 만남이라고 하겠지요."


서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다 밖으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더욱이 그 키 큰 학자는 서우의 스타일이 절대 아니었다. 엄청 두꺼운 쌍꺼풀. 눈이 겨우 보이는 실눈. 탐욕에 가득한 눈빛. 정말이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을 할 수만 있다면, 민준과 함께 그 장소를 벗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민준의 눈은 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눈매였다. 쌍꺼풀이 없는 눈매. 남자다운 짙은 눈매. 그렇지만, 절대 느끼하지 않은 눈매. 가슴이 두근거리는 눈매.


학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서우님, 혹시 이 서원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민준은 학자의 끈질긴 태도에 점점 더 불편해졌다. "저희는 이미 계획된 일정이 있어서요. 서우야, 이제 정말 가자." 민준은 이번에는 더 세게 서우의 팔목을 잡고 성큼성큼 앞으로 그 학자를 째려보며 걸어갔다. 학자는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서우와 민준은 서원을 떠나며 길을 걸었다. 민준은 속으로 고뇌에 빠졌다. 서우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민준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서우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를 위로했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불안이 커져만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우는 마치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섬세하게 조각된 듯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큰 눈동자는 맑고 깊은 빛을 띠며, 마치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떠올리게 했다. 눈썹은 길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그의 눈매는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주었다. 긴 속눈썹이 그의 눈동자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미소를 지을 때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주위를 밝히는 듯했다. 서우의 코는 오뚝하고, 살짝 붉어진 입술은 항상 촉촉하고 윤기 있었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입술이 살짝 움직일 때, 마치 꽃잎이 피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서우의 피부는 우유처럼 희고 깨끗했으며, 빛에 따라 투명하게 빛났다. 그의 얼굴선은 부드러우면서도 단정하게 이어져,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외모를 완성했다. 그의 긴 목과 어깨선은 우아함을 더했고, 잘 다듬어진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흩날리며 그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서우가 미소 지을 때면,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주위의 모든 것이 밝아지는 듯했다. 그의 미소는 따뜻하고 친근했으며, 누구라도 그의 미소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우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를 환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민준은 항상 서우의 미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우는 단순히 아름다운 외모를 넘어, 그 안에 담긴 따뜻함과 진심이 그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서우를 바라볼 때마다 민준은 그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다시금 깨닫곤 했다.




‘서우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그 학자가 서우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민준은 서우의 손을 더욱 꼭 잡으며 생각했다. ‘내가 서우를 지켜야 해. 하지만 서우가 나를 떠날까 봐 걱정돼. 서우를 잃을까 두려워.’


민준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그 학자가 서우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면? 서우가 그에게 마음이 흔들리기라도 한다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돼.’

민준은 서우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서우를 잘 보호해야 해. 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하지만 보호한다는 것이 서우에게 자칫 무거운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민준은 스스로를 다그쳤다. ‘서우는 자유로워야 해. 그의 결정을 존중해야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위험에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민준은 다시 한번 서우를 바라보았다. 서우의 밝은 미소는 그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그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게 했다. ‘서우가 행복하다면, 내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어. 서우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거야.’




서우가 민준의 손을 고쳐 잡으며 물었다. "민준아,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

민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우리 앞으로 더 조심하자는 생각이었어."


서우는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민준의 눈을 바라보았다.


"응, 민준이랑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무서울 게 없어."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어 민준아. 아니, 그 감정이 '사랑'일지도 모르겠어.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건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가슴이 말해주고 있어. 너를 '사랑'하는 거라고···. 너 옆에만 있으면 자꾸만 심장이 두근거리니까.'




민준은 속으로 다짐했다.


‘서우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어. 내가 그의 곁을 지킬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우와 민준은 아까 전의 일을 되새기며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 만난 학자, 좀 이상하지 않았어?" 서우가 물었다.

민준은 깊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응, 그 사람이 네게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조심하자."

서우는 민준의 걱정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민준아. 그런데 왜 그 사람은 나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걸까?"


민준은 서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서우야, 너의 지성과 미모가 '너무' 뛰어나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난 그 사람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것 같아."

서우는 민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민준아, 네 말이 맞아. 앞으로는 내가 더 주의할게."




그 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누군가 서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또 다른 낯선 인물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은근한 미소가 떠올랐다.


"서우, 민준. 저와 함께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우와 민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대한 긴장감과 호기심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은 누구이며, 또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낯선 인물은 서우와 민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제 이름은 정수진입니다. 당신들이 찾고 있는 정보와 관련하여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우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정말요? 어떻게 저희를 아시죠?"

수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시간 이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지요."


민준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수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가요?"

수진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좀 더 안전한 장소에서 이야기하지요."


서우와 민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수진을 따라 조용한 장소로 이동했다. 수진의 등장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서우와 민준은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느꼈다.


수진은 그들을 조용한 방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여러분이 찾고 있는 시간 이동의 비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고자 합니다.”

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는 정말 대한민국으로···. 그러니까, 우리가 왔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습니다. 무엇을 알고 계신가요?”


수진은 깊은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시간 이동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고대 서적에 숨겨진 암호를 해독해야 합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두 분의 용기와 지혜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민준은 서우를 지켜보며 결심을 굳혔다.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반드시 우리가 살았던 현대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서우는 민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맞아요. 저는 민준이와 함께라면 어떤 위험이든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꼭 돌아가야 해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를.”




서우가 민준을 바라본다. 민준도 서우를 바라본다. 둘은 자신들이 왔던 시간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진이 그렇게도 싫었던 서우는 이제 그 불빛이 그리워지고 있다. 다만, 민준이 옆에 있기에 버틸 수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뤄진다. 포기만 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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