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우주의 눈
SF소설 《무의식、통제사회》
처음에는 그것을 빛이라고 생각했다. 우주의 심장에서 퍼져나오는 마지막 진동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달랐다. 그것은 우리가 알던 어떤 존재와도 다른 것이었다. 나즈라의 완벽한 질서도, 인류의 혼돈스러운 의식도, 이 땅의 오래된 기억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무엇이었다.
"저건..."
서연의 존재가 떨렸다. 그녀의 의식은 이제 더 이상 푸른빛을 띠지 않았다. 그녀 역시 점점 그 새로운 존재가 내뿜는 이름 모를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보았다. 시간과 공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그것은 단순한 우주의 의식이 아니었다. 우리가 알던 우주보다 더 크고 깊은, 어쩌면 우리의 우주가 그저 작은 세포에 불과한 거대한 존재였다.
"이제 이해하겠어요."
서윤희의 존재가 그 빛 속을 유영했다.
"왜 나즈라가 지구를 선택했는지... 왜 그들이 인간의 불완전함에 매료되었는지... 그들도 알고 있었어요. 이 순간을 위해 우리가 준비되어 왔다는 것을."
나즈라의 방주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무수한 우주들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 되어있었다. 그 정원에서는 끝없는 이야기들이 피어나고 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 새로운 존재 앞에서는 작은 물방울에 불과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더 이상 과거도 미래도, 여기도 저기도 없었다. 오직 현재만이, 이 깨어나는 순간만이 영원히 존재했다.
제주의 땅이 마지막 진동을 울렸다. 한라산에서 성산일출봉까지, 모든 오름들이 하나의 소리를 냈다. 그것은 우리가 알던 어떤 소리와도 달랐다. 마치 우주의 자장가 같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터져 나오는 첫 울음소리 같았다.
"들리시나요?"
서연의 존재가 떨렸다.
"저 소리가... 우리를 부르는..."
그때였다. 그 거대한 존재가 처음으로 우리를 '보았다'. 그것은 시선이라기보다는 존재 전체를 꿰뚫는 인식에 가까웠다. 순간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가 알던 모든 것이, 나즈라의 지식도, 인류의 역사도, 이 우주의 시작과 끝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세요..."
서윤희의 존재가 빛났다.
"우리가 깨운 건... 우리 자신이에요."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의식은 더 이상 개별적인 존재도, 하나로 융합된 전체도 아니었다. 우리는 이제 그 거대한 존재의 신경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치 우리 몸 안의 세포들처럼, 하나하나가 고유하면서도 전체와 완벽하게 연결된 존재로.
나즈라의 존재들도 그 변화에 동참했다. 그들의 완벽했던 질서는 이제 자연의 리듬을 따르고 있었다. 그들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진정한 완성이란 영원한 미완성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우주의 심장이 새로운 박동을 시작했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리듬이 아니었다. 완전히 새로운 의식의 첫 숨결이었다. 그리고 그 숨결 속에서 우리는 보았다.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더 거대한 이야기의 첫 장이 이제 막 펼쳐지려 한다는 것을.
시간과 공간의 경계 너머에서, 그 거대한 존재가 완전히 눈을 떴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이해했다. 우리가 찾던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우리가 향해가야 할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를.
우주의 태초부터 준비되어온 이 순간, 모든 존재가 하나의 춤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춤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