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남편 생일에는 브런치를.

3일. 함덕 해수욕장

by 명징

남편의 생일이라서 카페에 갔다. 남편이 브런치를 먹고 싶다 해서 전날 미리 브런치카페를 찾아놨다. (이번 여행 동안 가능한 카페도 안 가기로 했지만 생일이니까!) 함덕 주변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라산 쪽으로 조금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휴무 체크를 못한 것! (제주도는 화, 수, 목 중에 쉬는 날이 많던데 꼭 체크해야 낭패를 안 본다.) 다시 찾고 찾아서 한 카페를 갔더니, 오픈 이십 분 전이라 또 기다려야 했다. 결국 카페 의자에 앉으니 숙소 출발로부터 한 시간이 넘게 지나있었다.


그래도 카페는 한적했고 음식도 괜찮아서 만족스러웠다. 남편은 급한 회사일을 처리하고, 아이들은 남편에게 줄 선물이라며 그림을 그리고 종이접기를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정이었지만 아이들과 카페에 온 것이 워낙 오랫만이어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오전이었다.



오후에는 함덕 해수욕장에 갔다. 전날 뉴스에서는 함덕 해수욕장에 사람이 매우 많다는 보도가 나갔었고 우리는 다소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매번 가던 메인 해수욕장은 가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사람이 많아도 메인 해수욕장으로 갔을 거였다. 함덕 해수욕장은 물이 얕아 놀기도 좋지만 앞에는 푸른 바다 뒤에는 하얀 모래사장, 오른편에는 초록 초록한 언덕이 참 예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사서 왼쪽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함덕 해수욕장 왼편에 호텔과 식당들이 주르륵 있고 앞으로 방파제가 있는데, 썰물 때가 되면 방파제 앞의 바닷물들이 쏵 빠지면서 놀기 좋은 바다가 된다. 발목 높이에서 허리 높이 정도의 바다가 들어가도 들어가도 펼쳐지기 때문에 꽤 사람들과의 간격을 유지할 수 있다. 작은 물고기들이 아주 많았는데, 안쪽에는 좀 더 다양한 물고기도 있는지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다만 화장실 및 샤워실은 메인 해수욕장에만 있어 불편할 수 있고, 안전요원이 없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노을이 내릴 때까지 장장 7시간을 신나게 놀았다.


12시에 가서
7시에 왔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애들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엄마 배고파."

"너무너무 너무 배고파. "

"거 봐라. 내가 아까부터 숙소 가자고 했잖아. 너네 배고플 거라고 어서 가서 씻자고 했잖아. 너네 엄마 말 들어서 손해 볼 거 없다."

"몰라 몰라 배고파 죽겠어."

"식당을 일단 가보자. 얼른 나가자."

그렇게 숙소 근처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밤 산책까지 그날 하루는 길었다.



아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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