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새 배를 타고 아침 6시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푸른 하늘 아래 야자수를 봐야 딱 '와, 제주다!' 이 느낌인데, 아직 어두운 항구를 조용히 벗어나고 있자니 '제주 맞나?' 이런 느낌이었다. 일단 숙소로 출발했다.
첫 숙소는 함덕해수욕장 앞의 3성짜리 관광호텔이었다. 세탁기도 부엌도 없는 이곳을 예약한 것은 '바다에서 실컷 노는 것으로 제주살이를 시작하자!' 이 마음이었다. 우리는 거의 매년 제주도를 왔는데, 4박 5일을 오면 4일을 종일 바다에서 보냈고 그중에서도 함덕 해수욕장에서 잘 놀았으니까. 그러나 언제나 아이들은 내 예상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코 앞의 바다를 두고 메이즈랜드에 가자고 성화였다. 좀 쉬지 않아도 되겠냐니 괜찮단다. 몇 시간을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배를 타고 바다도 들리고... 그런데 하나도 안 힘들다는 아이들.
"엄마, 미로공원에 가자."
"허팝이 메이즈랜드 갔는데 가고 싶어."
"간니 닌니 언니들도 갔어."
차로 30분 거리는 메이즈랜드를 가자니 이게 뭔가 싶었다. 그렇지만 마침 날은 흐렸고 더운 날보다는 이런 날 가는 게 낫겠지 싶어 얼른 예매했다. (대부분 현장보다는 온라인 예매가 저렴하다.)
월요일 오픈 시간에 메이즈랜드 입장! 아직은 우리뿐인 듯했다. (이것이 거리두기 여행인가) 입장할 때 간단한 지도를 함께 주는데 아이들은 그냥 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야 괜찮다지만, 초등학교 1학년 딸은 혼자 보내기 뭔가 불안했다. 그런데 둘 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달려 다니고 슬리퍼를 신고 젖은 자갈 위를 달리던 둘째는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내가 생각한 미로 찾기는 같이 미로를 고민하며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는 거였는데, 아이들은 고민이고 뭐고 그냥 달리고 막히면 돌아 달리고 또 달린다.
"엄마, 빨리 와아~!"
"오빠, 여기 막혔어! 돌아가!"
"아악! 아니다. 저리 가봐!"
바람 미로와 여자 미로는 쉬워서 밑도 끝도 없이 달려다니다 보니 탈출. 그러나 돌 미로는 꽤 복잡해서 나중에는 나름 땅에 표시도 하고 머리를 쓰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달리다 걷다 하다 보니 흐린 날씨에도 땀이 날 지경이었는데 아이들은 깔깔깔 마냥 즐겁다. 너네가 즐거우면 됐지 뭐~ 계획대로는 아니어도 유쾌한 제주살이의 출발이었다.
메이즈랜드 안의 퍼즐박물관도 가볼만하다.
오후에는수영복으로 환복하고 바다로 출동! 물놀이 한번 해주고서야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이제 좀 쉬자며... 그때가 저녁 7시가 안되었을 때였다. 나는 조금만 자고 일어나 산책해야지 하고 눈을 붙였다. 그런데 번쩍이는 불빛과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로 모두 쓰러지듯 잠들어 있고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