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너네는 지치지 않는구나.

2일. 메이즈랜드

by 명징

우리는 밤새 배를 타고 아침 6시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푸른 하늘 아래 야자수를 봐야 딱 '와, 제주다!' 이 느낌인데, 아직 어두운 항구를 조용히 벗어나고 있자니 '제주 맞나?' 이런 느낌이었다. 일단 숙소로 출발했다.


첫 숙소는 함덕해수욕장 앞의 3성짜리 관광호텔이었다. 세탁기도 부엌도 없는 이곳을 예약한 것은 '바다에서 실컷 노는 것으로 제주살이를 시작하자!' 이 마음이었다. 우리는 거의 매년 제주도를 왔는데, 4박 5일을 오면 4일을 종일 바다에서 보냈고 그중에서도 함덕 해수욕장에서 잘 놀았으니까. 그러나 언제나 아이들은 내 예상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코 앞의 바다를 두고 메이즈랜드에 가자고 성화였다. 좀 쉬지 않아도 되겠냐니 괜찮단다. 몇 시간을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배를 타고 바다도 들리고... 그런데 하나도 안 힘들다는 아이들.

"엄마, 미로공원에 가자."

"허팝이 메이즈랜드 갔는데 가고 싶어."

"간니 닌니 언니들도 갔어."

차로 30분 거리는 메이즈랜드를 가자니 이게 뭔가 싶었다. 그렇지만 마침 날은 흐렸고 더운 날보다는 이런 날 가는 게 낫겠지 싶어 얼른 예매했다. (대부분 현장보다는 온라인 예매가 저렴하다.)


월요일 오픈 시간에 메이즈랜드 입장! 아직은 우리뿐인 듯했다. (이것이 거리두기 여행인가) 입장할 때 간단한 지도를 함께 주는데 아이들은 그냥 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야 괜찮다지만, 초등학교 1학년 딸은 혼자 보내기 뭔가 불안했다. 그런데 둘 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달려 다니고 슬리퍼를 신고 젖은 자갈 위를 달리던 둘째는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내가 생각한 미로 찾기는 같이 미로를 고민하며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는 거였는데, 아이들은 고민이고 뭐고 그냥 달리고 막히면 돌아 달리고 또 달린다.

"엄마, 빨리 와아~!"

"오빠, 여기 막혔어! 돌아가!"

"아악! 아니다. 저리 가봐!"

바람 미로와 여자 미로는 쉬워서 밑도 끝도 없이 달려다니다 보니 탈출. 그러나 돌 미로는 꽤 복잡해서 나중에는 나름 땅에 표시도 하고 머리를 쓰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달리다 걷다 하다 보니 흐린 날씨에도 땀이 날 지경이었는데 아이들은 깔깔깔 마냥 즐겁다. 너네가 즐거우면 됐지 뭐~ 계획대로는 아니어도 유쾌한 제주살이의 출발이었다.



메이즈랜드 안의 퍼즐박물관도 가볼만하다.


오후에는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바다로 출동! 물놀이 한번 해주고서야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이제 좀 쉬자며... 그때가 저녁 7시가 안되었을 때였다. 나는 조금만 자고 일어나 산책해야지 하고 눈을 붙였다. 그런데 번쩍이는 불빛과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로 모두 쓰러지듯 잠들어 있고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안 피곤하다더니..."

나는 웃으며 주변을 정리했다.



아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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