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요일까지 결항이라니!

1일. 삼천포 '오션 비스타'

by 명징

이른 아침 마당의 풍경은 평화로웠고, 나는 행복했다. 아이들이 깨지 않은 아침, 차분한 분위기 속에 보이는 창 밖의 잔디밭과 꽃들, 이웃집들의 기와까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었다. 아이들을 깨워 아침 식사를 하고 완도로 출발할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리고 <오늘 실버 클라우드호는 해상의 기상악화(풍랑경보 발효)로 운항이 통제되어 결항됨을 알려드립니다.> 문자를 받았다. 내륙의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무척 더웠던 날이라 당황스러웠다. 선박회사와 통화 후 우리는 더욱 당황했다. 다음 배는 화요일인데 예약하겠냐는 거다. 이 날은 일요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오기에 먼 길이었다. 제주도 숙소를 취소하기에도 수수료가 비쌌다. 남편과 나는 근처 카페에 앉아 열심히 방법을 수소문했다.

"오빠, 삼천포에서 배가 뜬대!"

"삼천포? 너무 먼 거 아니야?"

"아니야. 네비 찍어보니까 비슷해. 갈만해. 난 계속 찾아볼 테니까 일단 전화해봐."

"예약했어. 근데 밤 출발에 오래 걸리네."

"그래도 가는 게 어디야. 내 덕에 가는 거야. 그렇지?"


우리는 완도가 아닌 삼천포로 출발했다. 그런데 배는 밤 11시 출발이고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삼천포 바다에서 놀자."

"우리 해수욕장 가는 거야?"

"어디 갈 건데? 어디?"

"남일대 해수욕장이 있네. 가보자! 갈아입을 옷도 있는데 좀 놀고 가지 뭐~"

우리는 배편이 꼬였지만, 제주도 숙소 하루를 날렸지만, 밤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긍정적이었다. 삼천포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일대 해수욕장은 풍랑주의보로 입수금지였다. 배가 못 뜬다 했을 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날씨가 워낙 좋다 보니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파라솔을 치고 모래놀이를 시작했는데, 물에 들어갈 수는 없고 날씨는 너무너무 덥고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37도가 넘는 매우 더운 날이었다.

"안 되겠어 어디 모텔이라도 몇 시간 들어가 있자. 더위 먹겠어."

급하게 근처 모텔을 수소문해 밤까지 시간을 보냈다. 종일 일정은 꼬이고 정신은 없고 날씨는 덥고... 힘든 하루였다. 그래도 마무리는 기운 내서 긍정적으로.

"그래도 이거 엄청 기억에 남을 거 같지 않아?"

"맞아. 배도 못 타고 바다도 못 들어가고."

"그래도 더 큰 배를 타니까 재미있을 거야"

"제주도 가면 물놀이도 실컷 할 거고."

"맞아, 맞아."


밤 10시쯤 삼천포 여객선 터미널로 출발했다. 여기는 좋은 점이 차를 따로 싣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미리 배에 차를 실은 후 터미널로 돌아오고, 기다리던 가족과 합류해서 배에 타야 한다.) 그냥 우리 모두 차에 탄 채로 배에 타면 돼서 간편하고 배도 빨리 탈 수 있다. 가는 길은 18인실을 예약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전체 예약은 안 받는듯했다.


밤 11시에 배는 출발했고 아침 6시 도착 예정이었다. 아이들이 멀미를 하지는 않을까, 마스크 낀 채로 자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자면서 갔다. 그렇지만 나는 밤새 열 번도 넘게 깼다. 풍랑주의보라더니 그 큰 배가 좌우로 어찌나 흔들대던지, 애들이 깨면 무서워할까 봐 수시로 토닥여줬다. 그네처럼 위아래로 흔들리는 배를 보며 나도 내심 무서웠다. 그래도 우리는 무사히 제주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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