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 매력학> - 프롤로그

- 개소리가 아니다!

by 달봉어머님

<프롤로그>

우리 엄마 마흔둘에 아들이 생겼다.

엄마는, 아빠와 마치 봉오동 전투에서 같이 싸운 전우애로,

그다지 우애가 좋지 않은 남매의 정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서로 하늘 볼 일 없고, 별을 딸 일도 없었는데

어쩌다 엄마 나이 마흔둘에 아들이 생겼을까.


내가 바로 그 아들이다.

엄마가 가슴으로 낳은 개아들, 이.달.봉

나는 우리 가족이 입양한 유기견이다.


우리 집에 온 지 8년이 되어 가는 나 이달봉은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될 당시 엄마가 싫어하는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가 나름대로 원했던 첫 반려견 이상형은,

암컷이고,

작고,

어리고,

털이 보슬보슬하고,

온순한,

푸들이었는데,

그날, 엄마와 처음으로 눈이 딱 마주친 나는

수컷이고,

한 덩치 하고,

나이 좀 먹었고,

털이 숭덩숭덩 빠져있고,

간헐적으로 이를 드러내는

말티즈였다.

아니, 말티즈 형상은 하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듯한,

고조할아버지나 증조할머니는 아마도 푸들이나 시츄가 아니었을까 싶은,

이른바 하이브리드견이었다.


엄마를 만난 그날은 내가 안락사를 당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날 선택했던 것일까.

아니다. 오직 그 이유로, 엄마의 동정심만으로 내가 우리 집에 오게 됐다면

난 우리 가족이 되기까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날 데려온 것을 후회했을 수도 있다.

엄마는 나를 쓰다듬으며 항상 말씀하신다.

내 눈을 보고 입양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이

엄마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엄마는 운명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산 사람이었는데,

내가 엄마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개아들이 됐다는 사실에

운명론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까지도 했단다.

그래서 요즘 엄마는 사주를 보러 다니는 것인가.


엄마 친구들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개 냄새를 그렇게 싫어하던 엄마가,

원하는 조건이 하나도 맞지 않는 버려진 개와 어떻게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는지.

엄마도 궁금해한다.

왜 내가 미치도록 예뻐 죽겠는 것인지.

이것은 정말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운명은 개뿔이다.

개뿔2.jpg

나는 세 번이나 파양을 당한 후 지금의 엄마를 만났다.

파양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버려진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그 집을 나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스스로 자처한 유기견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적을 만났고, 죽을 위기에서 구조되어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도 주인을 찾는 공고 기간이 지나 안락사 명단에 올랐고,

또다시 죽을 위기에 처했다.

안락사가 진행되던 그날, 나는 극적으로 지금의 엄마를 만났다.


내가 나름 바랬던 새 보호자는, 부자였다.

마지막 보호자 집에서는 늘 돈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았고,

부부싸움이 일어나면 나는 아무 이유 없이 맞아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돈 때문에 싸우지 않는 집에 입양되고 싶었다.

당시 그 집의 누나는 그런 말을 했다.

돈이 많으면 그 돈으로 자유와 시간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부자들은 대체적으로 온화하고 여유롭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입양되던 날, 나와 눈이 마주친 엄마는,

딱 봐도 부자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돈이 없어도 나를 때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왔다.

보호소에서 나름 친하게 지냈던 초코인지 쪼꼬인지,

그 포메라니안의 눈빛과 비슷했기 때문일까.

사랑받고 산 것들의 눈빛은 다르다.

지나치게 맑고, 쓸데없이 밝고, 짜증 나게 선하고, 고급지게 예쁘다.

그 눈빛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으르렁대지 않는다.

섣부르게 싸움을 걸지도 않는다.

새엄마도 나한테 으르렁대거나 싸움을 걸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내 옆에 있는 푸들에게로 눈이 돌아가고 있는 엄마를 보며

나는 내 눈빛에 새 운명을 걸었다.

눈꼬리가 쳐진 강아지상으로 온화하게,

오늘 죽게 될 처지를 담아 불쌍하게,

버려진 유기견 신분으로 안쓰럽게,

그렇다고 주눅 들어 힘아리 없어 보이지 않게,

오히려 총기 있고 다부진 힘이 느껴지게,

그리고 잡종이지만 순종 같은 고급스러움을 눈빛에 담고는

엄마를 향해 있는 힘껏 발사했다!

엄마가 입양할 강아지를 선택했다기보다는

내가 나의 보호자로 엄마를 선택했고,

오케이! 엄마는 내 눈빛에 걸려들었다.


지금 나는 이 집에서 무척 사랑받는 존재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도 욕 대신 사랑만 듬뿍듬뿍 먹고 있다.

초년에 온갖 고생을 다했기 때문에

고생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이 집에 입양된 이후부터 팔자가 피기 시작한 것인가,

아니면 이 집안사람들이 그저 개사랑 호구라서,

내 성질이 개 같아도 무조건 내 새끼 우쭈쭈 하며 나를 좋아만 하기 때문인가.

모두 아니다. 내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내가 가진 매력 덕분이다.

길가를 떠돌던 근본 없는 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온갖 사랑과 대접을 다 받으며 우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세 번의 파양을 겪은 아픔의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빚고 발전시킨

나만의 쩌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매력 달봉.jpg


엄마는 그날 나를 만난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운명은 내가 만든 것이다.

운명에 빠졌다고 믿는 자들은 대부분

매력 있는 상대가 짜놓은 시나리오에 걸려든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으면 개가 되는 사람이 있다.

회사 생활 편하려면 상사의 개가 되라는 사람도 있다.

진짜 개가 힘주어 강조하겠다.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진짜 개라서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해도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개짓만 하면

만만하게 느껴지다가, 우습게 보이고, 쉽게 질리고, 끝내 버림받게 된다.

신분이 미천하고 가진 것이 없어도 우아하고 싶은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도 욕먹기는 싫은가.

원하는 게 있다면 반드시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매력을 길러라, 휴먼!

자, 이제부터 유기견임에도 당당하고 우아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사랑받고 사는 이달봉의 매력을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휴먼, 당신들에게 써먹어도 좋다.

이게 뭔 개소리냐고?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신과 의사나, 관계학 상담사나, 이미지 메이킹 선생이 아닌,

개가 읊는 매력이라는 것은 적어도 참신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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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 놓고도 한낱 개소리로 치부해 버린다면

당신은 오늘도 매력 없는, 그저 그런 운명의,

매일이 지루한 사람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성공한’ 유기견이다.

안락사당하는 날 살아 나와서는 인간들에게 갑질을 해대고 있다.

말단 사원인 주제에 회장님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모두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정도라면 이 글을 읽을만 하지 않겠는가.

다음 글을 클릭하는 순간, 이제부터 당신은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

자,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