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쪽으로는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울증인 것 같아요. 관련 과를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달을 넘게 밥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소화기 관련 문제인 줄 알고 찾아간 내과에서 들은 말이다.
기력이라고는 없어진 지 한참이나 되었고 세상은 노랗게 보였다. 그동안 버텨온 게 신기할 정도로 그날은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서지도 못했고 남편에게 안겨서 끌려가다시피 겨우 의사 앞에 앉았건만 잘못 찾아왔단다.
추석 연휴 중이었기에 일단 피검사와 소변검사 등 간단한 검사만 하고 힘이 너무 없으니 링거를 맞는 게 좋겠다 하여 침대에 누웠다. 아니 눕혀졌다.
'내가 우울증이라니...'
| 여보 어떡해.. 최근 자기 증상이랑 다 비슷한데...
링거를 맞는 동안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본 건지 작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남편이 제법 소란을 떨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면전에서 들었지만 오히려 나는 무덤덤했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스르륵 눈이 감겼다. 잠이 오진 않았지만 짧은 내 속눈썹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깊게 잠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잠들면 혹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몽롱해진 나는 별의별 생각에 무서웠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려니까 친정에 맡겨 두고 온 아이들 얼굴이 하나씩 지나갔다. 며칠 전부터 급격히 기운이 떨어져 제대로 된 밥상도 못 차려준 터였다. 배달음식에, 인스턴트에, 그나마 엄마가 직접 차려주는 밥상엔 조미김이 다였다. 그럼에도 맛있게 한 그릇 다 비워내고 엄마가 아프진 않을까 놀다가도 들여다봐주던 고운 아이들이었다.
나는 상관없는데, 내가 이러면 이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