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여전히 햇살은 눈부신데

by 달콤한복이

4월에 극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그러기 며칠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날이 갈수록 체력이 좋아져서는 밤에 안 자려고 버티는 아이와 씨름하다 자정이 넘어서 잠드는 게 일상이 되었고 새벽에 서너 번은 늘 깼다. 예민하지 않은 내가 작은 소리에도 놀라 잠에서 깨고 그렇게 눈을 뜨고 나면 쉬이 잠들기가 어려웠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아 매일 너무 피곤했고 두통을 달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주말이 지나고 난 뒤의 아침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람 소리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일으켰다 생각했는데 옆으로 엎어져 누워있었다. 다시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었지만 몸이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느낌이었고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의 심한 어지럼증에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침대에서 떨어지다시피 흘러 내려와 욕실 문을 열자마자 토를 했다.

똑바로 걸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몸이 말을 안 듣고 게걸음을 걸었다. 머리와 팔다리가 내 것이 아닌 듯 마음대로 헐렁거렸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걷기를 포기하고 침대에 다시 누워 눈을 감은 채로 목소리에 힘을 주어 아이들을 깨웠다.

미안하지만 엄마가 일어날 수가 없을 것 같으니 오늘 아침은 우유에 시리얼을 부어 먹으라고, 고작 6살 난 아이에게 3살 동생까지 챙기라는 중대한 일을 맡겼다.


'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보다. 자고 나면 괜찮겠지.'


30분 타이머를 맞춰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가뜩이나 막중한 임무에 어깨가 무거운 아이에게 알람이 울리면 엄마를 깨워달라는 당부까지 하고.






4월의 아침 햇살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차라리 흐리기나 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눈부신 햇살에 자꾸 눈이 감겼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등원시켜야 했다.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지금 현장일이 바빠서 집으로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변에 부탁할만한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가깝게 지내는 어린이집 엄마들이 있지만 그들도 모두 아이들을 준비시키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을 터였다.

가방 두 개를 양 어깨에 메고 한 손으론 아이의 손을 잡고, 한 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낮잠이불가방은 유모차 손잡이에 걸었다.

머리가 무겁고 물속에 있는 듯 멍했다. 그래도 한숨 자고 나와서인지 조금 전만큼의 극한 고통은 다행히 없었다. 유모차에 내 체중도 실었다. 내 몸이 너무 무거워 어디에라도 자꾸 기대고 싶어졌다. 한걸음 뗄 때마다 어지러웠다. 최대한 머리를 고정하고 천천히 신중하게 걸었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병원엘 좀 가봐야 했다.


집으로 들어와 아이들이 먹다 흘린 우유를 대충 닦고 소파에 누웠다. 이제 막 잠이 들려는 찰나 울려대는 알람 소리가 짜증스러웠다. 3시 40분.

어? 3시 40분?

눈을 감았다 다시 뜨고 시계를 봤다. 틀림없는 3시 40분이었다.

말도 안 되지만 아이들이 하원할 시간이었다. 거실은 전쟁을 치른 아침의 모습 그대로였고 테이블 위에 우유 자국도 그대로였다.


나는 잠을 잔 건가, 아님 기절을 한 건가.

어떻게 몇 시간을 이렇게 죽은 듯이 잤던 거지? 아직 꿈속인가?

아빠랑 남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6 통이었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었다. 10분 후 어린이집 차량이 도착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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