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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맘 Jan 23. 2016

오늘은 휘모리냐 굿거리냐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나는 육아를 해야 하는가.


- 네 살 터울의 언니가 있는.

- 욕심 많은.

- 여자 아이.

- 둘째.



성장속도가 빠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춘 아이가 바로 나의 둘째딸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그녀는 빨리 걷고, 빨리 말하며, 빨리 먹고, 빨리 잔다. (빨리 싸기도 하고.)

너무 빠른 나머지,  인생 중 엄마를 제일 고단하게 만든다는 마의 18. 18. 18.... 18개월에 보여야 마땅한 증상들을 벌써부터 시연하고 있으니. 그녀는 요즘 마치 자신의 몸과 정신을 분리하여 가누는 듯한 신비한 능력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귤이 먹고 싶다며, "끼! 끼! (귤)"를 외치며 울다가, 정작 귤을 꺼내주면 꼴랑 한 개를 먹고 던져버린다던지,  

바깥에 나가자고 현관문을 가리키며 내 잠바와 자신의 잠바를 꺼내와서 입혀달라더니, 

정작 신발을 신기려고하면 울려불며 신발을 집어 던진다던지,

뽀로로를 보여달라며 "뽀로, 뽀로, 뽀로~!"를 외치며 머리에 바닥을 찧고 울길래 뽀로로를 틀어주면,

안방으로 쿵쾅쿵쾅 달려가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운다던지.



하여간 요즘 아이를 향한 '상전'대접도 이렇게 혹독할 수가 없으며, 그에 따른 나의 '무수리'역할도 이렇게 처절할 수가 없다.  현관에서 저렇게 두서없이 나뒹구는 저 아이를 토닥이기란, 정말이지 진땀 쏙 빼는 처절한 전쟁과 같단 말이지.  




이토록 처절한 전쟁은 '엄마의 항복'으로 끝이 날 수 있다면 차라리 좋으련만,

애당초 전쟁의 시작도 아이가 외치고, 전쟁의 종료도 아이의 마음먹은대로 결정되니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아이가 다치지 않게) 아이를 돌보며, 전쟁의 종료가 선포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번 2016년 1월 23일자 현관 전쟁은 휘모리장단이었다.

짧고 빨리. 정말 말 그대로 휘몰아갔다. 꽹과리로 아주 빨리 휘몰아갔다.

짧았지만, 그만큼 더욱 강력했던 아이의 '18개월짓'(어감에 유의해야 함)은 나를 하염없이 눕고싶게 만드는데

그도 그럴것이 아직 내 몸에는 아이가 남기고 간 휘모리장단의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그 순간. 아이는.

한 바탕 휘모리장단이 훑고 간 우리집 육아현장에 이번엔 나몰래 굿거리장단을 들였다.

휘모리장단에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비벼놓은 카레밥 앞에 앉아서는.

토실토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이 세상에 이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다는 듯-

오른쪽 입술 끝에 묻어있는 밥풀 하나까지 야무지게 혀로 핥아먹으며 굿거리장단에 흥을 싣는다.




반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나도 따라 굿거리장단으로 옮겨타서 흥돋우며 셔터를 누른다.

그냥 육아는 이런거다.

'장단 갈아타기'의 연속. 그 어디쯤?



 너의 총명함을 사랑한다.
 너의 젊음을 사랑한다.
 너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너의 깨끗함을 사랑한다.
 너의 꾸밈없음과 꿈많음을 사랑한다.

 너의 이기심도 사랑해주기로 한다.
 너의 경솔함도 사랑해주기로 한다.
 그리고 나의 유약함도 사랑해주기로 한다.
 너의 턱없는 허영과 오만도 사랑해주기로 한다.


                                                                                                        - 나태주. 너의 총명함을 사랑한다. 



어느 장단이든.

사랑한다. 둘째♡





                                                      

초등교사. 김수현.

닉네임. 달콤맘.

맘스홀릭 엄마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블로그. 달콤맘의 달콤한 육아, 달콤한 교육

http://blog.naver.com/ggoryg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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