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다
친구나 지인들을 살피다 알게 된 점.
나는 남들보다 종종거리며 안달하는 편이라는 것.
풀숲에 숨은 토끼마냥 깜짝깜짝 놀라고..
불안한 파도를 오르락 내리락
울렁대는 멀미가 잦다.
쥐콩만한 가슴의 내게,
세상은 여유와 낭만을 강요했다.
나로서는 좀체 불가해 보이는
'태연함'을 실천하는 자들..
고도로 정신 수양한 성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의심없이 동경을 표하곤 했다.
열 여덟. 아버지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묵직한 대상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날.
울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해 보였다.
무방비의 나를 둘러 싼 견고한 방벽들이
처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슬픔과 두려움이 번갈아 뒤섞이던
그때의 끈적함이 떠오르면
아직도 서늘하게 소름이 돋는다.
삶의 모든 무게를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는 압박과
반사 작용처럼 뒤따르던 불안의 메커니즘은
아마.. 그때부터 시작되었을게다.
지금에야..
조금 젖은 채로 살아도 죽지는 않더라며
꽤 날긋해진 노련함으로
우산 마련하는 법을 터득 중이지만..
그 때의 내겐 아무것도 없었다.
곧 쏟아져 내릴 비를 피해
불안한 질주를 시작할 수 밖에..
가방 속에 우산이 있어야 낭만이 시작된다.
부디.. 왜 그리 소심해져 웅크리고 사느냐
핀잔하지 마라.
당신이 함부로 강요한 낭만은
누군가에겐 무모함일 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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