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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다 May 13. 2016

'나'를 수집

오늘은 달다


몇차례의 출판 제안이 있었다.

몇차례 미팅도 했다.


"달다의 의미가 뭔가요?"

"관심사가 뭔가요?"

"어떤 책을 쓰고 싶지요?"


에디터의 연달은 질문에 뭐라고 답했더라..

멍한 표정으로 버벅댔거나

이리저리 살을 붙여 보기 좋게 둘러댔거나..

이러나 저러나 썩 좋은 답변은 없었다.


솔직하자면..

달다의 의미는.. 그냥 별 의미 없다.

어감이 예뻤고.. 달콤한게 좋아서?


친구와 카페에서 낄낄대며 떠들다가

좋다좋다 박수치며 생각해낸..

삼천 오백원짜리 커피만큼 가벼운 이름이다.


ⓒ. 2015. Dalda All Rights Reserved.


광고회사에 다닐 때

광고주를 (광고)주님이라 칭하며

주님의 말씀과 어투의 뉘앙스.

망극하신 장점과 송구스런 단점.

오늘의 기분과 내일의 변덕까지..


예측하고 파악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되뇌었다.


남 생각은 죽어라 해놓고는

나에 대한 무심함이

마음 떠난 옛 애인만큼이나 썰렁하다.


나는 이내 나와

달다에게 미안해졌다.




오늘 나는 카페에 간다.

끄적거릴 수첩과

첫장만 읽다 미뤄뒀던

책한권을 들고..


구석지고 조용한 자리에 앉아

삼천오백원의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쓰기로 한다.


커피 쿠폰의 도장을 모으듯

먼지처럼 부유하던 나를 모으기로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도장이 꽉 찬 쿠폰을 내밀며

또렷하게 말하기로 한다.


"커피 한 잔 주세요.

달.콤.한.걸.로.요."


달다(@iamdalda)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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