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을 걷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영화에 나온 음악이었는데"무심코 지나가는 건물 옆에서
"여기 우리 왔었는데 그때 당신은 통 넓은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입고 있었는데 기억나?"
한참 전에 갔던 여행 때와같은 숙소에서
"그때 우리 여기에서 크게 싸웠던 거 기억나? 우리 하루만 더 놀다 가려고 급하게 다시 숙소 잡았는데 엄청 저렴하게 잘 수 있었는데 기억나?"
그리고..
"기억나? 우리 여기에서 뜨겁게 사랑했었는데...."
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걸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부부가 되었다.
슬프기보다 이게 수순인가 다들 이렇게 지내는 거겠지 라며
나를 애써 위로했다. 그러면서 들여다본 거울 속의 내 모습에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은 속으로 넣어둔 채 난 남편에게 말했다
" 여보 나 참 많이 늙었지?"
흰머리는 이제 듬성듬성 이 아닌 앞쪽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마스크를 써서 인지 얼굴 아래쪽보다 광대뼈 위쪽으로 기미가 유난히 도드라진 내 얼굴,젊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때의 마음과 느낌은 잃고 싶지 않을 뿐인데 스스럼없이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 하기에는 이제 스스럼없지가 않다. 밥 먹여주는 기억도 아닌데 뭘 이렇게 기억 속에 쌓아두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도 그냥 좀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고 싶은 날이네 나만 기억하고 동반자의 기억에서는 희미해져 가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