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라는 노래 가사이다.
이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머리가 복잡해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수많은 생각이 마음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꽤 오래 글을 쓰지 않았다가, 한 영화를 보고 다시 쓰고 싶어져 노트북 앞에 앉았다.
픽사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2> 에 대한 글이다.
이 영회는 '라일리'라는 13살 소녀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 등 다양한 감정의 원대한 목표는 단 하나.
라일리의 행복이다.
이번 시즌 2에서는 라일리가 사춘기를 맞이하며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새 감정들이 본부에 등장한다.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불안이는 라일리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매우 극단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러한 선택이 모여 라일리의 가치관 나무를 뒤흔들기도 한다.
위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불안이의 폭풍'이다.
불안이의 철두철미한 계획과 준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이 틀어지고 라일리도 행복에서 멀어진다.
그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컨트롤 기계 앞에 서서 스스로를 폭풍우 속에 가둔다.
머리 색깔과 닮은 주황 혹은 빨간색의 불이 켜진 것처럼 말이다.
무엇이 위험인지 모르지만 끝없이 경고음이 울린다. 무엇을 멈춰야 하는 걸까.
컨트롤 기계일까 아니면 불안이일까?
<인사이드 아웃 2> 에 나오는 '불안이'에 대한 나름의 묘사다.
나는 영화를 보며 당황했다.
불안이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너무도 객관적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도 폭풍이 일었다.
"아니 모두가 그런 것 아니었어?"
'결국 경우의 수를 잘 계산해야 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해.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거 아니었어?'
수능을 보고 20살이 되었을 때 나의 심정은 '참패' 그 자체였다.
무조건 "할 수 있다."라고 되뇌던 나름의 긍정적 사고가,
사실은 허무맹랑한 방어기제였다고 느낄 만큼 말이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나는 다짐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고.
가능한 모든 수를 계산했다. 약속시간에는 절대 늦지 않게 일찍 나간다.
과제도 시험도 지각제출, 미제출은 없다. 사람들은 모두 내게 성실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다른 감정은 모두 쫓겨나고, 옆에는 큰 눈으로 늘 몇 백 개의 화면만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최악의 수를 계산하는 유일한 절친, 애증의 불안이만이 남았다.
모두가 불안이를 이해한다면서도 어느 정도 팩트에 기반한 지적을 할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독단적이고, 과도하게 예측하고 준비하면서 정작 주변은 둘러보지 못해 고립을 택하는 캐릭터라고
"하지만 결국 라일리를 위해서였잖아?"라고 슬쩍 말을 얹어봐도 사실은 알고 있다.
무엇이 사실인지를.
라일리는 늦은 밤 부지런히 상영하는 '끔찍한 미래 시나리오' 극장 탓에 잠에 들지 못한다.
불안이의 열심은 라일리에게 불면이라는 결과로 남았다.
친구보다는 당장 내 옆에 있을 인맥이 필요하다며 고개를 돌리자 결국은 외롭다.
마음이 아픈 것은, 라일리를 위해 준비해 다니던 수십 개의 가방이다.
정말 열심히 하려다 그런 건데, 너를 위해서인데..
결국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불안이를 멈추는 존재는 기쁨이와 그 친구들이다.
그래,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
쉴 곳을 만드는 것, 그 한 뼘의 섬을 만드는 것이 참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터앉아 쉴 곳을 만들고 싶다.
다른 누구의 손이 아니라 내 스스로.
불안하고 조잡하고 확신 없는 나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