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래 May 30. 2024

6월의 포도 :  생후 102일~131일

수유

수유텀은 4시간, 양은 200ml 정도. 아침에는 입맛이 별로 없는지 조금씩 남기곤 했다. 아플 때 재외하곤 대체로 잘 먹는 편이었는데, 매번 분유를 게워내서 걱정이었다. 영유아 검진받을 때 물어봤더니 몸무게가 잘 늘고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크면 자연스레 좋아진다고. 그래도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아인이도 토를 잘하는 편이라 포도도 위장이 약한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토에 얼룩진 소파커버를 빨아대느라 지친 나는 결국 소파패드를 샀다. 진작 살걸. 포도야 얼른 크렴!

그냥 예쁜사진:)


수면

밤잠은 9시 반쯤, 기상은 보통 7-8시 사이다. 낮잠은 3회 정도 자는데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까지도 잤다. 포도의 수면의식은 <침대에 눕히기-백색소음 틀기-기저귀 갈기-수면조끼 입히기-전신마사지-쪽쪽이 물리기-인사하기-나오기>이렇게 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아인이는 잠들 때까지 안아주었는데, 이렇게 하니까 더 오래 쉴 수 있어서 좋다. 수면교육 하기 전보다 수면시간도 좀 더 길어졌다.

코코낸내


발달

영유아 검진을 갔다가 사두증인 것 같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인이도 그런 이야길 들었었는데, 별문제 없이 잘 자란 터라 크게 신경 쓰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큰 병원에 가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하지만 남편은 계속 신경이 쓰이나 보다. 급한 건 아니니 조만간 시간 될 때 예약 잡고 가보기로 했다.


포도는 뒤집기 시도를 하더니 한쪽 어깨를 살짝만 들어주면 뒤집기를 하는 정도로 발전했다. 뒤집으려고 낑낑대는 모습도 귀엽고, 성공하고 나서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는 것도 너무 귀엽다.


누운 자세로 안겨있는 걸 좋아하던 포도는 이제 몸을 세워서 안아주는 걸 좋아한다. 눈도 잘 마주치고, 웃기도 한다. 특히 나를 볼 때 제일 잘 웃어준다. 쪽쪽이를 거부하는 포도는 손을 빨기 시작했다. 손이 신기한지 누워서 자기 손을 한참을 관찰한다.

왼: 내 손이 최고야 / 오: 뒤집기


건강

새벽에 포도가 우는 소리에 깨서 봤더니 몸이 뜨거웠다. 체온을 재봤더니 열이 38도였다. 머리가 하얘져서 남편을 깨웠다. 포도 열난다고, 어떻게 하면 되냐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포도가 열이 나는 건 처음이라 무서웠다보다. 남편이랑 우왕좌왕하면서 해열제 먹이고, 옷 시원하게 입히고, 수건으로 몸 닦아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눕히려고 하면 울어서 한참 안고 있다가 내 침대에서 팔베개를 해준 채로 같이 잠이 들었다.


다음날, 다행히 열은 내렸지만 병원엔 가보기로 했다. 목이 부었다고 감기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집에 와서 약을 먹은 포도는 한참을 잤다.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서 계속 팔베개를 한 채로 재웠다. 하루종일 칭얼대는 포도. 수유량도 100ml를 겨우 먹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목이 많이 불편한가보다.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도 덩달아 밥맛이 없었다.


포도의 감기는 만 4일 정도 있다가 떨어졌다. 둘째이지만 아인이가 워낙 열이 안 났던 터라 모든 상황이 낯설었다. 둘째 육아는 좀 더 여유가 생긴다고 들 하지만, 그건 첫째를 키울 때 겪어봤던 일에 한정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번 겪어봤으니 다음에 또 열나면 더 잘 대처할 수 있으려나. 아니다. 그냥 아프지 마라 포도야….


남편

쉬는 날에 같이 외출하게 되면 포도는 주로 남편이 안고 있다. 같이 카페를 갔는데 남편이 포도를 안고 있느라 커피 마시는 게 불편해 보여서 내가 안고 있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괜찮다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말했다. 내가 힘들까 봐 안고 있겠다는 말보다 더 감동이었다. 남편은 평소에 포도를 많이 못 안아주니까 주말에라도 많이 안아주고 싶단다. 사랑이 넘치는 내 남편.

카페나들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포도는 남편을 닮은 아인이를 닮았다. 내 유전자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아는 언니가 포도를 보더니 그랬다. “네가 아인이랑 남편을 넘 사랑해서 둘을 닮았나 봐.”라고. 넘 사랑스러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일리 있는 말이라고도 생각했다.


포도랑 집에만 있으려니 따분해서 마트라도 가려고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차가 많이 다니는 2차로를 건너야 하는데 이곳에 있는 횡단보도에는 왜인지 신호등이 없다. 차가 안 올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횡단보도 정지선 앞에서 멈추더니 기사분이 지나가라며 손짓을 해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꾸벅 인사하고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덕분에 하루종일 기분 좋았던 기억.

유모차 잘타는 포도
매거진의 이전글 5월의 포도 : 생후 71일~101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