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시간. 4편

어쩌면 단단해 지는 시간일지도

by 이다래

재이는 19개월. 이제 교정일로 따져도 18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재이가 우연히 두 발자국을 걸었다. 엉덩방아를 찧고 앉아있는 재이의 뒷모습이 너무 고마워서 꼭 끌어안아 주었다. 첫걸음마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재이는 내 품을 빠져나가 여기저기 기어 다닌다. 걸음마는 그게 전부였고, 그 이후에 다시 걷기를 시도한다거나 그와 비슷한 어떠한 동작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천천히 조금씩 자라고 있는 재이, 그리고 재이는 언젠가 꼭 걸을 거라고 굳게 믿는 남편. 내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만가는 와중에도 그 두 발자국의 걸음마에 희망을 걸 수 있는 건 재이와 남편 덕분인지 모른다.


은평성모병원 치료대기가 길어 다른 병원도 알아보기로 했다. 신촌 세브란스와 은평성모병원에서 추천해 준 서울재활병원과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다녀왔고, 세 병원 모두 치료대기가 길었다. 진료내용은 특별할 건 없었는데,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선 유전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나의 손 움직임을 테스트하시고, 나나 재이 외할머니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어오셨다. 별문제 없다고 했더니, 나중에 큰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병원을 다니면서 아이가 할 줄 아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니요, 못해요.라고 답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유전적인 것에 대한 질문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점점 마음이 약해져 간다는 걸 느꼈다. 교회에서 재이보다 6개월 늦게 태어난 아이가 걷는 걸 봤다. 그다음 주엔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다른 아기들이 걷는 걸 보는 게 힘이 들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 우리 가족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조금은 괜찮아질까. 나는 왜 이렇게 잘 무너지는 인간일까. 조금 더 단단해질 순 없는 걸까. 종종 그런 마음들이 나를 괴롭혔고, 그럴 때마다 애써 고개를 저었다.


손을 잡아주면 걷는 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