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걸음마!
20개월이 된 재이. 어느 날 갑자기 세발자국을 걸었다. 그 이후 조금씩 걸음마를 시도하더니 일곱 발자국까지 걸었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감격해서 눈물이 펑펑 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런 건지, 아님 나에게도 재이가 언젠가 걸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건지. 아무튼 재이는 발자국 수(?)가 점점 늘어났다. 놀이터에서 걷는 재이를 뒤따라 가는 기분이란! 걷는 걸 보고만 있어도 마냥 행복했다. 손잡고 걷는 게 좋아서 산책도 자주 나갔다.
그즈음 은평성모병원에서 운동치료 순서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세브란스에서도 같은 연락을 받았다. 걸음마를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은 불안정하고, 혹여나 다른 문제가 있을까 싶어 일단 치료를 받기로 했다. 재이에게 맞는 병원을 고르고 싶어서 두 병원 모두 치료 일정을 잡았다.
*은평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은 대중교통으로 가긴 멀고 불편해서 매번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로 20-30분 거리. 치료사 선생님은 아이에게 다정하시고 보호자에게 설명도 차근차근 잘해주셨다. 치료실이 넓진 않으나 한 공간에서 재이만 치료를 받게 되는 시스템이라 재이의 집중도가 높았다.
*세브란스 재활병원
세브란스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가기 편해서 교통비 부담이 없었다. 버스로 20분 정도 거리. 치료사 선생님은 설명을 길게 해 주시기보다는 핵심만 짧게 설명해 주는 편이었다.(세브란스는 운동치료 선생님이 많아서 배정되는 치료사에 따라 다를 듯) 치료실은 넓고 치료도구나 장난감도 많다. 하지만 한 공간을 다른 치료사와 아이들도 쓰기 때문에 집중도가 흐트러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세브란스에서는 운동치료 후 기구치료도 따로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은평성모 치료사 선생님이 좀 더 대하기 편했다. 설명을 엄청 세세하게 하는 편이어서 재이가 받고 있는 치료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재이의 지금 상태가 어떤지, 또 집에서 재이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대화가 많이 오가다 보니 나도 아이에 대한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에서 거리가 있다는 게 너무나 큰 단점이었다. 택시비도 점점 부담이고, 출근 시간대 이동을 해야 돼서 택시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 치료도구나 장난감이 세브란스에 비해 다양하지 않아서 치료 회차가 거듭될수록 재이가 지겨워하는 게 느껴졌다.
치료 내용만 따지면 두 병원의 핵심은 비슷했다. 하지만 은평성모 치료사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반면, 세브란스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만 치료가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재이가 완벽하진 않지만 걸음마를 시작해서 병원을 두 군데나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두 병원의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해서 선택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