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새로워지지 않아도 괜찮은 날

비교의 저울을 내려놓고, 나의 결로 살아가는 일에 대하여

by 희유

굳이 새로워지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자기다울 때 비로소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미셸 드 몽테뉴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이해하는 데, 나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은, 새로워지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나에게 돌아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남과 나를 비교하며 산다.
아이를 기를 때도 그렇다.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키가 얼마나 컸는지,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묻는다.
그러나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일은, 타인의 기준을 참고하는 일이 아니라
이 아이의 속도를 읽어내는 일에 가깝다.


이 아이가 무엇을 할 때 웃는지,
어디에서 반짝이는지,
그리고 어떤 순간에 가장 쉽게 무너지는지.


부모의 시선은 결국 '세상의 평균값'이 아니라
'이 아이만의 결'을 발견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 시선은 우리 자신에게도 똑같이 필요하다.
자존감이 낮다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비교의 저울 위에 올려놓고 산다.
내가 나를 그 저울 위에 올려놓는 순간,
나는 타인에게 말한다.
나를 판단해도 괜찮다고.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평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나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뿐이다.
나의 비교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어제의 나여야 한다.


굳이 더 똑똑한 척, 더 가진 척할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자신을 더 작게 만든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일,
그 인식의 품위가 우리가 말하는 자존감의 시작점이다.


그만큼만 당당히 살면 된다.
목소리는 또렷해지고, 눈빛은 자연스럽게 단단해진다.
자기 자리를 아는 사람의 태도는 언제나 조용히 힘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내 주변의 사람들을 귀하게 대하고,
그들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마음.
이 마음은 자존감의 결과가 아니라, 자존감의 조건에 가깝다.
타인을 존중하는 능력은,
먼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아는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그래서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은 스스로를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자,
삶을 지탱하는 최대의 안전장치다.
삶이 역방향으로 흐르는 날에도,
생각이 산란해지는 날에도,
우리를 다시 제자리로 데려오는 작은 닻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
루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삶의 가장 작은 단위다.
그 작은 단위가 하루를 만들고, 하루가 인생을 만든다.


오늘의 실패는, 어쩌면 성공 직전의 마지막 실패일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는 루틴은,
그 미묘한 경계선을 넘어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게 붙잡아 준다.


인생을 살아내는 힘은 분야마다 다르지 않다.
결국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 자리에서, 자기 속도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굳이 새로워지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의 나로 충분하다.
성장은 새로워 지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미셸 드 몽테뉴: 16세기 프랑스 사상가이자 수필가. '에세이'라는 글쓰기 형식을 정립하며 인간의 내면과 삶을 성찰한 인문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 『명상록』을 통해 자기 통제와 내면의 평정을 강조한 고대 철학의 대표 인물이다.




**인용의 출처 노트**


미셸 드 몽테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니체, 공자, 한나 아렌트 등은 인간의 삶과 자기 인식을 탐구한 철학자들이다. 이 글에 인용된 문장들은 자기 성찰, 통제, 관계, 성장에 대한 사유의 전통을 참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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